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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미네소타 시위 현장 |
미국 미네소타 트윈시티(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에서 확산된 시위는 한국과 미국의 주류 언론에서 대체로 “연방정부의 공격적 이민단속(ICE/DHS) → 시민 사망 → 분노한 시위”라는 단선 서사로 소비되고 있다.
물론 최근 연방 요원이 연루된 사망 사건과 강경 진압 논란은 중대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서사가 사건의 한 축만 과도하게 확대하고 다른 축—즉 미네소타에서 장기간 누적된 ‘연방 재정(보조금) 부정수급·횡령 의혹’과 연방의 ‘사기(fraud) 수사’를 명분으로 한 공세—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면서, 독자들에게 왜곡된 인상을 남긴다는 점이다.
■ “연방 폭주” 보도 속에 ‘fraud(사기·부정수급) 명분’은 왜 빠졌나
미국 언론 보도들 가운데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미네소타에 대규모 연방 요원을 투입한 배경으로 ‘연방 지원 프로그램 관련 사기·부정수급 수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적시한 기사들이 있다.
* AP 기사(공영방송 OPB 게재)는 미네소타·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이 제기한 소송을 전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 작전이 fraud와 싸우기 위한 것이라 말한다”는 점을 분명히 기록한다. 동시에 주정부는 “ICE는 정부 프로그램 사기 수사 전문성이 없다”고 반박하며 프레임 전쟁을 벌이고 있다.
* CBS는 이번 단속이 시작된 배경에 대해, 미네소타가 “연방이 지원하는 공공부조 프로그램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기 스캔들이 있었다”는 전국적 논란과 맞물렸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한국의 주요 언론들의 보도는 이 대목을 거의 생략한 채 “연방의 과잉진압 vs 인권 침해”로만 몰아간다. 연방이 ‘사기·부정수급’을 명분으로 작전을 설계하고 여론전을 펼치는 구조가 빠지면, 독자는 “연방이 아무 이유 없이 특정 지역을 유린한다” 혹은 반대로 “시위대가 이유 없이 폭력적이다” 같은 양극단 결론으로 떠밀린다.
■ ‘연방지원금 횡령’은 ‘음모론’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굵직한 사건들이 있다
연방지원금 부정수급 문제는 단순한 소문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Feeding Our Future’ 등 연방 지원 프로그램을 악용한 대형 사기 사건은 이미 기소·유죄 판결로 이어졌고, 그 후폭풍이 지금의 정치적 갈등으로 연동되고 있다.
가디언은 행정부가 미네소타 보육(Childcare) 관련 연방자금을 “사기 의혹”을 이유로 동결했다고 전하며, 2022년부터 이어진 대형 사건의 기소와 유죄 판결, 그리고 “우리가 돈줄을 잠갔다”는 연방 측 메시지까지 함께 소개한다. 즉, ‘사기 수사/재정 통제’는 실제 정책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그러니 연방의 군사화된 단속이 정당하다”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대형 부정수급 사건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사실을 이용해 연방이 대규모 무장 집행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 그런데 주류 보도가 어느 한쪽만 떼어내면, 독자는 전체 구조를 보지 못한다.
■ 주·시정부의 ‘피해자 프레임’도, 연방의 ‘사기 척결 프레임’도 문제
이번 사태는 “선 vs 악” 구도가 아니라 프레임 경쟁이다.
* 주·시정부는 소송을 통해 “정치적 표적 수사/단속”이라는 프레임을 강조한다.
* 연방은 “사기 척결·치안 회복” 명분을 강조하며 투입 규모와 체포 실적을 홍보한다(다만 체포자의 범죄 이력 비율 등 핵심 수치는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양측 주장을 ‘균형 있게 인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각 프레임이 어떤 사실을 강조하고 무엇을 은폐하는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한국 언론들은 미국 내 정쟁 구도를 단순 번역해 “연방 폭주”만 확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수록 독자들은 “부정수급 문제 자체는 없었다”는 오해에 빠지거나, 반대로 “부정수급이 있으니 강경 단속은 당연”이라는 또 다른 단순화에 빠진다.
■ ‘사망 사건’의 중대성은 유지하되, 맥락을 더해 보도해야 한다
최근 사망 사건과 관련해 영상·수사·증거 보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며 시위가 폭발했다는 보도도 존재한다(예: 연방 설명과 상충하는 정황 보도). 하지만 그 자체가 “부정수급/횡령 의혹 축을 지워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국면일수록 언론은 물어야 한다.
* 연방은 왜 하필 미네소타를 ‘최대 규모’ 작전 지역으로 삼았나?
* ‘fraud 척결’이라는 명분이 실제로는 어떤 사건·예산·프로그램과 연결돼 있나?
* 단속·수사가 시민권 침해로 이어질 위험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이 부분은 별도의 후속 기사에서 법원 판단·수사 경과를 추적해야 한다)
■ “연방의 공격성”만으로 기사를 끝내는 순간, 우리는 ‘미네소타의 진짜 전장’을 놓친다
미네소타 사태는 결국 연방 재정(보조금) 부정수급·횡령 논란과 그 논란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는 연방의 강경 집행, 그리고 주정부의 방어·선전이 한데 얽힌 사건이다.
한국의 일부 보도처럼 주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 “연방 폭주”만 강조하면, 독자는 연방이 어떤 명분으로 확장 집행을 정당화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반대로 보수 인플루언서식 서사처럼 “부정수급이 있으니 무장 단속은 필연”이라고 단정해도, 시민 사망·권리 침해 위험을 정당화하는 선동이 된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감정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폭력/인권’과 ‘부정수급/재정’ 두 축을 동시에 붙잡고 누가 무엇을 숨기려 하는지 추적하는 것이다. 그 출발점이 바로, 주류 언론들이 놓친 ‘연방지원금 부정수급/횡령 의혹’이라는 맥락의 복원이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