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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오른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유럽 내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미국 없는 유럽 독자방위론’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수장이 공개적으로 강한 경고를 던졌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26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 출석해 “유럽이 미국 없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건 계속 꿈을 꾸는 것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AFP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뤼터 총장은 유럽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럽 단독 안보체제’ 구상에 대해 “현실성이 전혀 없다”며 “그런 발상은 오히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가장 반길 시나리오”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역할을 나토 안보 체제의 핵심으로 재차 강조했다. 뤼터 총장은 “유럽에는 계속해서 강력한 미군 재래식 전력이 주둔할 것이며, 미국의 핵우산 역시 제공될 것”이라며 “이 균형이 무너질 경우 유럽의 억지력은 근본적으로 약화된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 내 독자방위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합병 가능성을 언급하며 유럽 안보 질서를 압박하자, 일부 유럽 지도자들 사이에서 “미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유럽연합(EU) 내부에서는 보다 급진적인 구상도 제기되고 있다. EU 방위·우주 담당 집행위원인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는 유럽 차원의 10만 명 규모 상설군 창설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역시 “유럽판 나토가 필요하다”고 공개 발언했다.
그러나 뤼터 총장은 이런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의 대가를 냉정하게 짚었다. 그는 유럽이 자체 핵억지력을 구축하려면 “수십억 유로, 아니 수조 원이 필요하며 국방비로 국내총생산(GDP)의 10%를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 관철시킨 ‘GDP 대비 국방비 5%’ 기준보다도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뤼터 총장은 “그 시나리오에서 유럽은 자유의 최종적 보증인인 미국의 핵우산을 잃게 된다”며 “그렇다면… 행운을 빈다”고 냉소적으로 덧붙였다.
뤼터 총장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유럽 안보의 구조적 현실을 직시하라는 경고에 가깝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논의는 정치적으로는 매력적일 수 있으나 군사·재정적으로는 막대한 부담을 동반한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결국 유럽이 선택해야 할 길은 ‘미국 없는 안보’가 아니라,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 유럽 내부의 방위 역량을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현실적 조합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