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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훈부 업무보고 참석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
국가보훈부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에 대한 청문회를 다음 달 3일 개최한다. 형식적으로는 법이 정한 절차다. 산하기관장을 해임하려면 당사자의 소명을 듣는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를 둘러싼 일련의 흐름을 보면, 절차가 과연 판단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내려진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요식행위인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보훈부는 청문회 이후 장관의 해임 제청과 대통령 재가가 이뤄질 것임을 사실상 예고했다.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해임 수순이 공개된 셈이다. 이는 소명을 듣고 판단하겠다는 태도라기보다, 판단은 끝났고 이제 형식을 갖추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김 관장에 대한 논란은 임명 초기부터 시작됐다. 특정 학문적·이념적 분류가 먼저 붙었고, 이후 발언 논란과 각종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감사는 그 뒤에 시작됐다. 통상적인 행정 감사라기보다, 논란이 커진 뒤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찾는 방식의 감사였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보훈부는 지난해 9월부터 감사를 진행해 14개 비위 사항을 발표했고, 이를 근거로 독립기념관 이사회는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감사의 범위와 기준, 적용의 형평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동일한 기준이 다른 공공기관장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 왔는지에 대한 질문은 남아 있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청문회의 성격이다. 청문회는 보훈부 관계자들만 참석하는 내부 절차로 진행된다. 외부의 독립적 검증이나 균형 잡힌 시각이 개입될 구조는 아니다. 이런 조건에서 청문회가 실질적인 방어권 보장의 장이 되기는 쉽지 않다. 김 관장이 “감사는 실체적 사실과 무관하게 해임을 목적으로 진행됐다”고 반발하는 배경 역시 여기 있다.
감사와 청문회는 공직 사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그 절차가 특정 인물을 겨냥해 선택적으로 작동할 경우, 제도는 곧바로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다. 공공기관장이 업무 성과보다 정치적 바람의 방향을 먼저 계산하게 되는 순간, 행정의 중립성은 무너진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김형석 관장 개인의 거취를 넘어선다. 표적감사와 결론 유도형 청문회가 관행으로 굳어질 경우, 그 피해는 결국 제도에 대한 신뢰 상실로 돌아온다.
청문회는 해임을 정당화하는 의식이 아니라, 올바른 판단을 위한 자리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남는 것은 절차의 외피만 쓴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뿐이다.
김·희·철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