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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가 황해북도 은파세멘트공장과 은파주름판지공장의 ‘개건 준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지방 원료를 활용해 생산을 활성화하고 물질기술적 토대를 구축했다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이런 유형의 보도는 더 이상 새롭지도, 설득력도 없다. 오히려 반복되는 ‘준공 선전’이야말로 북한 산업 구조의 한계를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공장 개건을 통해 세멘트와 각종 규격 지함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가능해졌다’는 표현이 실제 지속적 생산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력난, 설비 노후, 부품 부족, 원료 수급 불안정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준공식은 생산 정상화의 출발점이 아니라, 오히려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행사에 가깝다.
연설자들은 “과학기술을 단위 발전의 생명선으로 틀어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을 말하기 전에 기본적인 연구 인프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 외부 기술 접근이 가능한 환경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
제재와 고립 속에서 최신 기술은커녕 최소한의 설비 유지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이런 구호는 책임 회피성 수사에 불과하다.
지방 원료를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는 표현 역시 미화된 언어다. 이는 외화 부족과 수입 차단으로 인해 선택지가 줄어든 결과일 뿐, 자립적 산업 전략의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 중앙의 지원이 끊기면 지방 공장이 곧바로 가동 중단에 빠지는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준공식 이후 참가자들이 공장 여러 곳을 돌아봤다는 대목은 이 보도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생산 성과나 주민 생활 개선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없고, 대신 ‘돌아보았다’는 형식적 묘사만 반복된다. 이는 실질보다 연출을 중시하는 북한식 경제 보도의 전형이다.
북한 매체는 거의 매달 어딘가의 공장 준공을 전한다. 그러나 주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시장 의존도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준공식이 많아질수록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왜 이렇게 많은 공장이 준공되는데도 경제는 나아지지 않는가.
은파세멘트공장과 은파주름판지공장 준공 보도는 성과의 증거라기보다, 북한 경제가 여전히 ‘행사 중심, 구호 중심’의 껍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생산 정상화는 연설로 이뤄지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한, 준공식은 계속되겠지만 변화는 없을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