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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한인 침례교회에서 열린 전시회 모습 - 행복한통일로 제공 |
프랑스 파리 한인 침례교회에서 지난 1월 29일, 북한 내부 저항작가 반디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탈BOOK STORY 그림 전시회’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반디의 고발 문학이 글을 넘어 그림으로 재해석돼 선보이는 첫 해외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날 전시회는 반디의 단편소설집 『고발』을 프랑스어로 처음 번역한 임영희 작가의 사회로 시작됐다. 이어 한국에서 사단법인 행복한통일로의 도희윤 대표와,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북한 인권 문제를 연구·활동해온 피에르 리굴로 회장이 각각 인사말과 축사를 전했다.
전시회에는 재불 한인 여성회(회장 정고스란) 관계자를 비롯한 교포 사회 인사들과 프랑스 지성인들이 대거 참석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유럽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줬다.
도희윤 대표는 인사말에서 “오늘 우리는 단순히 하나의 전시회를 열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침묵을 강요받았던 목소리가 글로 국경을 넘어, 다시 그림으로 태어나는 순간을 함께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디를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조건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지우려는 체제의 폭력을 글로 고발한 작가”라며, “그래서 반디가 ‘북한의 솔제니친’이라 불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반디의 작품이 세계로 알려질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로 프랑스를 언급하며, “프랑스는 오랫동안 문학을 통해 자유와 양심을 지켜온 나라이고, 반디의 작품 역시 프랑스에서 번역·출판되며 전 세계 30개국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임영희 작가의 헌신과 함께 프랑스 필립 피키에 출판사의 역할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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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임영희 작가와 한국의 도희윤 대표 - 행복한통일로 제공 |
이어진 축사에서 피에르 리굴로 회장은 『고발』이 단순한 문학 작품을 넘어 “전체주의 체제의 본질을 드러내는 강력한 증언”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북한은 행정부·입법부·사법부의 권력 분립이 존재하지 않고, 국가와 당이 절대적으로 결합된 체제”라며, “단순한 침묵이나 순응을 넘어, 시민들에게 체제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를 강요하는 점에서 독재와는 다른, 전형적인 전체주의 국가”라고 지적했다.
리굴로 회장은 특히 북한 인권 문제가 더 이상 한반도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과도 직결된 사안임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며 병력과 무기를 제공한 현실은, 반디가 이미 10년 전 문학으로 경고했던 전체주의 연대가 오늘날 국제정치에서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반디의 문학이 한국 화가들의 시각 언어를 통해 재해석된 작품들로 구성됐다. 기획자들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활자가 닿지 못했던 이들에게까지 고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림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지만, 관람자에게 “알고도 외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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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하고 있는 피에르 리굴로 회장 - 행복한통일로 제공 |
행사 관계자는 “이 전시는 고통받는 북한 주민만을 위한 전시가 아니라, 자유가 얼마나 쉽게 박탈될 수 있는지를 되묻는 자리”라며 “파리에서 시작된 이 작은 반딧불의 빛이 더 많은 나라와 사람들에게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디의 고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파리 전시회 이후 내달 2일 벨기에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침묵보다 강한 문학과 예술의 힘이 국경을 넘어 어떻게 연대의 언어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남게 됐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