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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일본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제48차 《꽃송이》 1등작품〉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시 「도마도맛도 괜찮아!」는 겉보기에는 순수한 성장 체험담처럼 보인다.
처음 해본 등산, 배고픔 속에서 먹은 즉석라면, 싫어하던 ‘도마도맛’이 의외로 괜찮았다는 깨달음. 그러나 이 작품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아동의 일상과 감성을 교묘히 활용한 체제 친화적 서사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기 발견’이라는 포장 아래 숨은 길들이기
작품에 붙은 단평은 “새로운 《자기자신》을 발견한 순간”이라며 높은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이 ‘자기 발견’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사유한 결과라기보다, 정해진 경험의 틀 안에서 허용된 감정에 가깝다.
학교 단체 활동, 교장의 동행, 집단 등산이라는 설정 속에서 아이의 감정은 ‘힘들지만 즐겁다’, ‘싫었지만 참고 먹으니 괜찮다’로 귀결된다. 이는 북한 교육이 오랫동안 강조해온 인내·순응·집단성의 미덕과 정확히 맞물린다.
라면보다 더 뜨거운 ‘상징의 국물’
시의 마지막에서 아이는 “즈꾸바산 등산을 가고가면 백두산에도 꼭 가고싶어요”라고 말한다. 이 한 문장은 작품의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개인적 체험의 종착지가 일본의 명산에서 곧바로 백두산으로 점프하는 대목은 우연이 아니다.
북한에서 백두산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혁명·혈통·정통성의 상징이다. 아이의 소박한 등산 체험은 결국 체제가 신성시하는 공간에 대한 동경으로 수렴된다.
결핍을 미화하는 서사의 위험성
작품 속 ‘즉석라면’은 선택의 즐거움처럼 묘사되지만, 현실의 북한 아동에게 그것은 희소한 보급품이거나 일상적 결핍의 대체재일 가능성이 크다. “푹 삶은 고기 없어도 / 송송 썬 남새 없어도”라는 구절은 결핍을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상황 탓으로 합리화한다. 이는 아이들에게 ‘없는 것이 정상’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위험한 미학이다.
어린이 문학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문학적 완성도나 표현의 생동감을 이유로 이 작품을 무비판적으로 칭송하는 것은, 아동을 매개로 한 선전 구조를 가려주는 결과를 낳는다. 아이의 목소리를 빌려 체제를 자연스럽게 긍정하게 만드는 방식은, 어른의 정치 구호보다 더 깊숙이 스며든다.
‘도마도맛도 괜찮다’는 결론은 귀엽다. 그러나 그 뒤에 숨은 메시지—힘들어도 참고, 부족해도 감사하며, 결국 정해진 상징을 향해 나아가라는 주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어린이의 순수함은 보호되어야 할 가치이지, 체제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