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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 컴백 홍보물 촬영하는 방한 관광객 |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월드투어를 둘러싼 티켓 논란이 단순한 공연 이슈를 넘어 국가적 소비자 보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공연 소식에 “역사적 사건”이라며 환영을 표했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의 표정이 불과 일주일 만에 굳어진 배경에는, ‘티켓 권력’이라 불려온 불투명한 예매 관행을 정면으로 겨눈 팬덤의 집단 행동이 있었다.
문제의 불씨는 전석 매진까지 40분이 채 걸리지 않은 예매 과정에서 시작됐다. 좌석 배치도 비공개, 수수료 산정 기준의 불명확성, 사전 재판매 의혹까지 제기되며 불만이 급증했다.
팬들은 거리에서 “좌석표와 가격표 없으면 불매(Sin mapa y precios, no compramos)”를 외쳤고, 온라인 청원에는 수십만 명이 동참했다. 공연을 향한 열정이 곧바로 제도 개선 요구로 전환된 것이다.
정부의 반응도 빨랐다. 멕시코 연방소비자원은 예매 대행사인 티켓마스터를 상대로 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과거라면 “인기 탓”으로 치부됐을 사안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팬덤 ‘아미(ARMY)’는 문제 제기—증거 수집—제도 요구를 단계적으로 전개하며 공론장을 장악했다.
주목할 대목은 사후 대응을 넘어선 규제 논의다. 당국은 티켓 판매 전 가격과 좌석 정보를 의무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멕시코의 대형 공연 시장에서는 수요에 따라 가격을 연동하는 관행이 암묵적으로 용인돼 왔다. 이번 사태는 그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첫 시험대로 평가된다.
아미의 움직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암표 구매 거부 캠페인, 재판매 플랫폼 감시, 정보 공유 네트워크 구축까지 이어지며 ‘공정 예매’의 사회적 기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스타를 향한 사랑이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시민 행동으로 진화한 셈이다.
멕시코에서 시작된 이 장면은 K-팝 팬덤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한다. 문화 소비자를 넘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집단 주체로서, 팬덤이 시장과 정책을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공연의 설렘 뒤에 숨은 불합리한 구조에 균열을 낸 아미의 목소리가, 멕시코 ‘공정 예매’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