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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에 출두하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 |
서해에서 국민 한 사람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비극적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나지 않은 이유는 진실이 온전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죽음을 대하는 정치권 일부의 태도가 여전히 반인륜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을 고소한 것은 그 정점을 보여준다. 자숙은커녕, 증거 부족으로 인한 1심 무죄 판결을 마치 자신의 무고함이 완전히 입증된 것처럼 포장하며 역으로 정치 공세에 나선 모습은 적반하장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번 1심 판결은 ‘행위가 정당했다’는 판단이 아니라, 형사 처벌에 이를 만큼의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박 의원은 이를 ‘정치공작의 피해자’라는 자기 서사의 재료로 삼아, 사건을 다시 정치의 장으로 끌어냈다. 법원의 판단을 최소한의 성찰로 이어가기보다는, 면죄부처럼 악용하는 태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족에 대한 태도다. 이 사건의 본질은 정치 권력 간의 다툼이 아니라, 국가가 자국민의 죽음 앞에서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러나 박 의원의 고소와 발언 어디에서도 희생자와 그 가족을 향한 최소한의 공감이나 사과, 혹은 유감 표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직 자신과 동료 정치인의 명예 회복만이 전면에 등장할 뿐이다.
국민이 피살된 사건을 두고 “정적 제거를 위한 정치공작”이라 규정하는 것 역시 문제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 죽음을 다시 한 번 정치적 도구로 소비하는 행위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무죄 판결 이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세가 아니라 침묵과 성찰, 그리고 유족에 대한 예의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감사와 수사가 진행된 점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모든 의혹이 거짓이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직자의 판단과 결정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라면, 형사 책임과 별개로 정치적·도덕적 책임은 끝까지 남는다.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해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그 무죄가 증거 부족에 따른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소장이 아니라, 유족 앞에 고개를 숙이는 일이다. 그것조차 하지 못한 채 역공에 나서는 모습은, 정치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윤리를 저버린 행태로 기록될 것이다.
차·일·혁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