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중국 민주화운동 원로 주우부(周友武)의 모습 |
중국 반체제 인사들에게 ‘출국’은 자유의 시작이 아니라 또 다른 감옥일 수 있다. 중국 민주당 창립 멤버이자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주우부는 위암 말기 진단을 계기로 2024년 해외 치료를 허가받았지만, 그가 일본과 미국에서 겪은 것은 망명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국경을 초월한 감시와 압박, 그리고 치밀한 심리전이었다.
암 진단과 맞바꾼 ‘조건부 출국’
주우부는 1998년 중국 민주당 창당에 참여한 이후 세 차례 투옥돼 총 16년을 복역했다. ‘국가정권 전복’ 및 ‘전복 선동’ 혐의는 그의 삶을 철저히 파괴했고, 출소 이후에도 생계와 의료는 철저히 차단됐다.
2023년 말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그는 “중국 내 치료는 감당할 수 없고, 국가는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일본에 거주 중인 여동생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출국을 신청했지만, 이는 일반적인 의료 출국이 아니었다. 공안부까지 단계적으로 보고된 그의 신청은 “얼마 남지 않은 생명, 더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승인됐다.
그 대가는 분명했다. ① 미국행 금지, ② 해외 민주운동 참여 금지, ③ 일본 내 민주운동 인사와의 접촉 금지. 사실상 ‘침묵을 조건으로 한 석방’이었다.
일본에서의 반년, 철저한 고립
2024년 2월 일본에 도착한 주우부는 여동생의 집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반년 가까운 체류 기간 동안 그는 일본 내 민주운동 인사 누구도 만나지 못했다.
“나는 중국 민주운동의 선배 세대다. 그런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우연이 아니다.”
그는 이를 중국 공산당의 장기적 침투가 만들어낸 ‘한랭 효과’로 해석했다. 민주국가 내부에서조차 반체제 인사와의 접촉 자체가 위험 요소로 인식되도록 만드는, 가장 은밀하지만 효과적인 초국가적 탄압이라는 것이다.
민주국가의 행정 결정까지 흔드는 압력
체류 연장과 정치적 망명 가능성을 타진하던 중, 일본 당국의 답변은 단호했다. “6개월이 지나면 반드시 출국해야 한다.”
주우부는 사석에서 만난 한 일본 고위 관리의 말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여기에 남아 있으면 우리에게 폐가 됩니다.”
그는 이 발언이 중국 공산당의 국제적 압력이 민주국가의 행정 판단에까지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이미 당신을 보고 있다’
체류 기한이 다가오자 중국 내 국보대(국가안전부 계열)는 잦은 연락을 시작했다. 항저우 국보대 책임자는 직접 전화를 걸어 “일찍 돌아오라”고 요구했다. 다른 경찰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나리타 공항 환승 구역에서 찍힌, 주우부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건 메시지다. 당신은 일본에 있지만, 우리는 이미 거기까지 와 있다.” 그는 이를 수십 년간 구축된 해외 감시망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계속된 ‘부드러운 위협’
2024년 7월 말, 그는 결국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해 가족과 재회했다. 하지만 탄압은 끝나지 않았다. 2025년 초, 중국 영사관 앞에서 왕빙장과 라이즈잉을 지지하는 집회에 참여하려 하자, 항저우 국보가 위챗으로 연락해왔다.
“몸도 안 좋은데, 괜히 다른 사람 일에 끼지 말라.” 주우부는 답했다. “내가 오늘 침묵하면, 내일 누가 나를 지지하겠나.”
서면 협박은 없지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권고’. 그는 이것이 전형적인 초국가적 심리전이라고 말한다.
정보 수집과 심리전의 실체
주우부는 해외 민주운동 감시가 단순한 사진 수집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활동하던 민주운동가 탕위안쥔 사건을 예로 들었다.
탕위안쥔은 중국 국가안전부의 지시에 따라 미국 내 반체제 인사들의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인정했다.
“그들은 나중에 위협하기 위해 찍는다. 당신이 어디에 서 있었는지, 옆에 누가 있었는지까지 말할 수 있을 때, 공포는 완성된다.”
주우부는 중국 공산당의 해외 탄압을 “정권 말기의 심리”로 규정한다. 그는 스탈린 시대 트로츠키 암살, 해외 반체제 인사들의 의문사 사례들을 언급하며 “증거가 없다고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파룬궁에 대한 관찰
그는 중국 공산당의 초국가적 탄압이 민주운동 인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 핵심 표적 중 하나가 파룬궁이라는 것이다.
1999년 항저우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당시, 수사관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금은 파룬궁 잡느라 바쁘다. 너희는 나중이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민주운동 인사와 파룬궁은 중국 공산당의 시선에서 동일한 ‘제거 대상’이며, 차이는 단지 우선순위뿐이라는 사실을.
“국경은 끝이 아니다”
주우부의 증언은 중국 공산당의 초국가적 탄압이 단순한 외교 문제나 개별 인권 침해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의 제도와 시민사회 전반을 위축시키는 구조적 위협임을 보여준다.
그의 말처럼, 국경을 넘는 순간 자유가 시작된다는 믿음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중국 공산당의 감시는 이미 국경 밖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