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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당국은 최근 “농산작업의 기계화비중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며 농기계 생산과 보급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는 북한 농업의 실질적 현실을 반영하기보다는, 만성적 식량난과 농촌 붕괴의 책임을 은폐하려는 전형적인 선전 수사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 보도에 따르면 2022년 군수공업 부문 노동자들이 5,500여 대의 농기계를 제작해 황해남도 농장들에 공급했으며, 금성뜨락또르공장, 함흥련결농기계공장, 해주농기계공장 등 각지 공장들이 생산 실적을 달성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전국 농경지 규모와 비교할 때 극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수천 대의 농기계로는 전국 협동농장의 방대한 경작 면적을 감당하기 어렵고, 상당수 기계가 특정 시범 농장이나 정치적 과시용 지역에 집중 배치된다는 점에서 ‘전면적 기계화’와는 거리가 멀다.
북한 농업 기계화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성이다. 농기계가 존재하더라도 디젤 연료 부족, 전력난, 부품 수급 차질로 인해 실제 가동률은 극히 낮다는 증언이 끊이지 않는다. 탈곡기와 수확기가 농장 한켠에 방치된 채 인력 동원으로 수확을 이어가는 현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당국은 사리원·정주 일대 부속품 공장의 성과를 강조하지만, 이는 오히려 수입 차단과 기술 고립으로 인해 자체 조달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국제 기준에서 볼 때 기술 수준 역시 수십 년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농기계 생산이 ‘군수공업 부문 노동계급’의 성과로 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민수 경제가 아닌 군사 우선 체제가 농업까지 잠식했음을 보여준다. 군수공업 동원으로 일시적 생산량을 늘릴 수는 있지만, 이는 정상적인 농업·산업 생태계의 복원이 아니라 비상 동원 체제의 상시화에 불과하다.
북한 당국이 기계화 비중 증가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잇따른 흉작과 식량난의 책임을 구조적 정책 실패가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조건’ 탓으로 돌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토지 황폐화, 비료 부족, 농민 인센티브 부재, 계획경제의 비효율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기계 몇 대로 농업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는 없다.
결국 이번 보도는 농촌 현실을 개선했다는 증거라기보다, 악화되는 식량 사정 속에서 체제의 무능을 감추기 위한 또 하나의 선전용 보고서에 가깝다. 숫자와 공장 이름은 늘어났을지 모르지만, 북한 농민들의 삶과 밥상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