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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평양시 락랑구역의 전진고급중학교를 ‘통합병설학교의 본보기’로 소개하며, 인공지능(AI) 교육실과 로봇 설계 수업, 텔레비방송실과 교육방법연구실 등 이른바 ‘최첨단 교육환경’을 대대적으로 부각했다.
보도만 놓고 보면, 북한 교육은 이미 미래 산업을 선도할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단계에 들어선 듯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선전성 보도는 북한 교육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오히려 증폭시킨다.
통신은 유치원 단계의 ‘로보트 유희’부터 고급반의 ‘로봇 설계와 제작’까지 단계별 AI 교육 체계를 강조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교육 내용, 교재의 수준, 교원의 전문성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순히 ‘로봇을 만진다’는 체험이 알고리즘적 사고나 비판적 문제 해결 능력으로 이어지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기술 장비의 존재가 곧 교육의 질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텔레비방송실과 아동방송실을 통해 ‘최우등생 자랑모임’과 ‘재능발표모임’을 진행한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는 교육적 동기 부여라기보다, 소수의 성취 사례를 체제 선전용으로 전시하는 방식에 가깝다.
다수 학생의 학습 격차와 탈락 문제는 이 화려한 무대 뒤로 감춰진다. ‘방송원이 되고 싶게 만드는 심리적 충동’이라는 표현은 교육의 자율성보다 경쟁과 선별을 강조하는 북한식 교육 문화를 드러낸다.
교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적을 분석하고 교수 방법을 논의한다는 교육방법연구실 역시 긍정적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북한의 교육 행정 특성상 이러한 ‘연구’는 창의적 실험보다 상부 지침의 충실한 이행과 성과 보고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교육 혁신이 아니라 성과 관리와 통제의 연장선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학교 교실마다 교편물이 갖춰져 있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한다는 설명은 인상적이지만, 이는 평양의 특정 시범학교에 국한된 사례다. 지방과 농촌 학교 다수는 여전히 교재 부족, 난방과 전력 문제, 교원 결원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학교의 ‘모범 사례’를 전체 교육 체계의 성과로 일반화하는 것은 전형적인 북한식 선전 기법이다. 이번 보도는 북한이 ‘미래 교육’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기보다, 교육을 또 하나의 체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재확인시킨다.
진정한 교육의 성과는 로봇과 방송실의 수가 아니라,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질문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서 평가되어야 한다.
화려한 설비 뒤에 숨은 교육의 실질과 보편적 접근성, 그리고 사상 통제의 문제에 대한 질문이 빠진 한, 이런 보도는 ‘교육 발전’이 아니라 ‘선전의 반복’에 그칠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