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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7차 정치국회의가 2월 7일 평양에서 열렸다고 북한 관영매체가 전했다. 그러나 공개된 회의 내용은 ‘회의’라기보다 이미 정해진 결정을 추인하는 의례적 절차에 가까웠다. 토론과 이견, 책임 있는 검증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이번 정치국회의의 핵심 안건은 단순했다. 당 제9차대회의 ▲대표자 자격 ▲집행부·주석단·서기부 구성 ▲대회 일정 ▲대회 문건 심의. 다시 말해 누가 참석하고, 누가 진행하며, 무엇을 말할지를 미리 확정하는 자리였다.
정작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경제난, 식량 부족, 국제 고립, 군사적 긴장에 대한 논의는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정치국은 “보고를 청취하고 심의한 데 기초하여 해당한 결정들을 가결”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보고가 있었는지, 어떤 문제 제기가 있었는지, 단 한 가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북한 정치 시스템의 고질적 특징이다. 결정은 이미 내려져 있고, 회의는 이를 정당화하는 형식적 장치에 불과하다.
특히 “전원찬성”이라는 표현은 북한 정치의 상징적 문구다. 이 말은 합의의 결과가 아니라 이견이 허용되지 않는 구조를 의미한다. 찬성만 존재하는 정치에서 책임도, 실패에 대한 반성도 존재할 수 없다.
정치국은 제9차 당대회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2월 하순에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일상은 혁명과는 거리가 멀다. 장마당 물가는 불안정하고, 에너지와 식량난은 구조적으로 고착화돼 있으며, 국경 봉쇄 이후 회복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회의는 권력 내부 행사 준비에만 몰두했다. 당대회는 체제 결속과 지도부 우상화를 위한 정치 이벤트일 뿐, 주민 삶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해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회의 집행은 총비서의 ‘위임’에 따라 이뤄졌다고 강조되지만, 이는 권력 집중의 또 다른 표현이다. 위임이라는 형식 속에서도 최종 판단과 방향은 단일 권력자에게 집중돼 있다. 반면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주체는 늘 흐릿하다. 성공은 지도자의 업적이 되고, 실패는 외부 환경이나 하급 간부의 문제로 전가된다.
이번 정치국회의는 북한 정치의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열린 토론 없는 회의, 경쟁 없는 인선, 검증 없는 결정. 이런 구조 속에서 변화와 개혁을 기대하는 것은 공허하다.
당대회 날짜는 정해졌지만, 북한 주민들의 미래는 여전히 결정되지 않았다. 회의는 반복되지만,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이것이 “전원찬성 정치”가 남긴 가장 분명한 결과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