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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조선인민군 창건 78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축하 방문’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 전반을 관통하는 것은 군의 실질적 임무나 국가안보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아니라, 최고지도자 개인을 신격화하는 과장된 수사와 집단적 충성 연출이었다.
국방성은 북한주민의 안전과 사회 전반의 안보를 책임지는 기관이 아니라, 김정은 개인의 위상을 극대화하는 정치 무대로 전락한 모습이다.
보도는 시작부터 끝까지 ‘천하제일장군’, ‘백전백승’, ‘전설적 위훈’ 같은 상투적 표현으로 가득 차 있다. 군 창건일은 헌법과 국민을 수호하는 군의 역할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지만, 이 행사에서 군은 오직 “당의 결정에 ‘알았습니다’로 화답하는” 존재로만 묘사된다.
이는 군을 북한사회의 제도적 장치가 아니라 개인 권력에 예속된 사병 집단으로 규정하는 위험한 메시지다.
연설 중 김정은은 “해외특수작전부대”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격려를 보냈다. 이는 국제사회에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는 대목이다.
북한이 실제로 어떤 해외 군사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밝힌 적도 없으면서, 이를 영웅담처럼 포장하는 것은 도발 가능성을 스스로 과시하는 것에 가깝다. 군사적 불확실성을 선전으로 덮는 방식은 안보를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고립을 심화시킨다.
보도는 지난 5년을 “격변 속 승리의 여정”으로 규정하지만, 같은 기간 북한 주민들이 겪은 현실은 만성적 식량난, 국경 봉쇄, 경제 침체였다.
군의 ‘위훈’이 반복 강조되는 동안, 민생과 경제 회복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이는 국가 자원의 우선순위가 주민의 삶이 아니라 군사·권력 유지에 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대목다.
김정은은 다가올 당 제9차대회를 앞두고 향후 5년간 군의 역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군의 전문성 강화가 아니라 정치적 동원과 통제의 심화를 의미한다. 군이 당대회와 권력 승계·재편의 도구로 활용될수록, 국방은 정치 선전의 하위 항목으로 밀려난다.
이번 국방성 방문 보도에서 ‘국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헌법, 법치, 시민의 안전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대신 ‘당중앙’, ‘최고사령관’, ‘결사옹위’만이 반복된다. 이는 현대 국가의 군대가 갖춰야 할 제도적 중립성과 공공성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다.
국방은 축하와 환호의 대상이 아니라 책임과 검증의 대상이다. 그러나 북한의 국방성은 여전히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 성역이며, 군은 국민이 아닌 지도자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으로 묘사된다.
이번 ‘축하 방문’은 강군의 증명이 아니라, 권력 개인화와 군의 정치적 종속을 재확인한 장면에 불과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