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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백두산 일대에서 조선봉건왕조 시기의 무덤을 발굴했다며 이를 “선조들의 애국의 넋을 고증하는 결정적 물질사료”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 연구집단의 성과라는 이 발표는 겉으로는 학술 연구를 표방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학적 고증보다는 정치적 메시지 전달에 방점이 찍혀 있다.
북한 매체는 이번 무덤 발굴을 근거로 “조선 사람들이 예로부터 백두산을 조종의 산이자 신성한 영토로 인식해왔다”고 단정한다. 그러나 무덤 유적의 존재가 곧바로 국가적 영토 의식이나 민족적 주권 의식을 입증한다는 논리는 학술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
고고학에서 무덤은 해당 지역에 사람이 활동했음을 보여주는 자료일 수는 있으나, 그 인식과 정치적 의미를 오늘의 국가 개념으로 환원하는 것은 명백한 비약이다.
보도는 삼지연 1호 못섬과 백두산 천지 호반에서 발굴된 무덤을 “백두산 일대 첫 무덤 유적”이라며 대대적으로 부각한다. 그러나 무덤의 구조와 매장 방식에 대한 구체적 연대 측정, 방사성탄소 분석, 비교 고고학적 검증은 거의 제시되지 않는다.
학계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검증 절차 없이 “조선봉건왕조 시기”라는 시기 규정부터 단정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학술 발표라기보다 선전 문구에 가깝다.
연구 책임자는 “왜 사람들이 기후가 험한 백두산 밀림까지 들어와 무덤을 썼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지만, 그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바로 ‘영토 숭상’과 ‘조종의 산’이라는 결론이다.
다른 가능성 - 우연적 매장, 이동 중 사망, 국경 개념이 희박했던 전근대적 생활양식 - 은 애초에 검토 대상에서 배제된다. 질문은 열려 있는 듯 보이지만, 답은 오직 하나뿐인 구조다.
북한은 이번 무덤 발굴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고구려 벽화무덤이나 이집트 피라미드까지 끌어온다. 그러나 세계사적 대유적과 검증되지 않은 소규모 매장지를 동일선상에 놓는 비교는 학문적 설득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이는 연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비유라기보다, 발굴의 ‘위상’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기 위한 수사에 가깝다.
백두산은 북한에서 단순한 자연 지형이 아니라 혁명 서사와 정권 정당성을 떠받치는 상징 공간이다. 이번 무덤 발굴 보도 역시 과거의 ‘비각’, ‘제단’, ‘석판’ 주장들과 마찬가지로, 학술 성과를 빌려 정치적 메시지를 재확인하는 반복적 패턴을 따른다.
고고학은 질문을 확장하는 학문이지만, 북한의 백두산 연구는 언제나 동일한 결론으로 수렴된다. 결국 이번 발표는 새로운 역사적 사실의 발견이라기보다, 이미 정해진 서사를 보강하기 위한 또 하나의 장식물에 가깝다.
무덤은 발굴됐을지 모르나, 그 위에 덧씌워진 해석은 여전히 과거의 선전 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