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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홍콩 국가안전 당국이 해외 망명 민주 활동가의 부친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국제사회에서 “연좌제적 보복”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홍콩 민주위원회(HKDC) 집행이사 궈펑이(郭鳳儀)의 부친 궈셴성(郭顯生·68)은 11일 홍콩 법원에서 ‘도주자 자금이나 재산 처리 시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딸 명의로 가입된 AIA 보험 계약의 잔여금 약 9만 위안을 처리하는 데 협조했다는 이유로 기소됐으며, 오는 2월 26일까지 구금된 상태로 형을 선고받게 된다.
홍콩 당국은 궈펑이를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이며, 현상금 100만 홍콩달러(약 100만 위안 상당)를 내걸었다. 궈펑이는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망명 인사다.
■ “죄명은 단지 ‘아버지’라는 것”
궈펑이는 이날(홍콩 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린 시절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68세 아버지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죄명은 ‘나의 아버지’라는 것”이라며 “홍콩 정부의 기소는 날조되고 근거 없는 주장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아버지가 보험에 가입할 당시 나는 두 살이었고, 아직 ‘아빠’라고 부르는 법을 배우던 아이였다”며 자신은 해당 보험 증서의 소유자였던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궈펑이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무기화한다고 해서 홍콩에 대한 나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며 “홍콩의 1,934명 정치범과 자유로운 홍콩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 HKDC “위험한 선례…마그니츠키 제재 촉구”
Hong Kong Democracy Council(HKDC)는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이 “국가보안법 지정 판사가 기본법 제23조를 무기로 망명 인사의 가족을 겨냥한 첫 사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위원회는 “딸의 민주 활동을 이유로 부친을 처벌한 것은 명백한 연좌제 처벌”이라며, 정치적 기소에 관여한 홍콩 판사와 검사들에 대해 마그니츠키법에 따른 표적 제재를 부과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미국 내 홍콩 경제무역사무소 3곳이 누리는 외교적 특권과 면제 지위의 재검토를 요구하며,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박 강화를 요청했다.
■ 국제앰네스티, CFHK 등 ‘美 의회 행동 촉구’
Amnesty International 홍콩 해외지부 역시 이번 판결을 “위험한 고조”로 규정했다.
단체는 “단지 사회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현상 수배된 활동가의 가족이 국가안전법에 따라 공식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첫 사례”라며 “기본법 23조가 이견을 억압하는 도구로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국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범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ommittee for Freedom in Hong Kong Foundation(CFHK) 또한 이번 판결을 “중국 공산당식 집단처벌 시나리오”라고 규정했다.
재단은 “미국이 침묵할 경우, 홍콩 당국은 해외 활동가의 친척에 대한 박해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홍콩 국가보안법 집행에 관여한 판사와 검사들에 대한 제재를 촉구했다.
또한 ‘홍콩 경제무역사무소 인증법’ 통과를 통해 미국 내 홍콩 기관의 특권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ong Kong Watch는 “홍콩 정부가 본토 중국의 억압 전략과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Human Rights Watch 아시아 담당 국장 일레인 피어슨 역시 “평화적 활동에 참여한 딸을 이유로 68세 아버지를 처벌하는 것은 국제 인권법이 결코 용납하지 않는 연좌제적 보복”이라고 지적했다.
■ 법치의 전환점인가, 정치적 보복인가
이번 사건은 홍콩 국가안전법 체제 아래에서 해외 망명 활동가의 가족이 직접 형사 처벌을 받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비판자들은 이를 “초국가적 탄압(transnational repression)의 확장”으로 규정하며, 홍콩의 법치가 근본적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반면 홍콩 정부는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합법적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어떤 대응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홍콩의 향후 인권 상황과 망명 공동체에 대한 압박 수위가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