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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치권이 다시 한 번 ‘선거 제도’를 둘러싼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전국적 유권자 신분증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공언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의회에 의해 승인되건 안 되건 유권자 신분증 제도는 시행될 것”이라며 “곧 반박할 수 없는 법적 근거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근거를 행정명령 형태로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언급해온 것은 이른바 ‘SAVE(Safeguard American Voter Eligibility) 법안’이다. 이 법안은 유권자 등록 시 미국 시민권 증명을 의무화하고, 실제 투표 과정에서도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공화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통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이 다수 또는 캐스팅보트를 쥔 상황에서 법안이 최종 입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행정명령을 통한 우회 시행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의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하더라도 왜 이 사기극이 허용돼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법적 근거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 신분증 의무화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배경에는 ‘불법 이민자에 의한 부정선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과거 대선 과정에서도 불법 체류자의 대리투표 가능성을 거론하며 선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제도 시행의 ‘권한’ 문제는 핵심 쟁점이다. 미 헌법상 선거 관리는 주(州) 정부와 지방 선거 당국의 고유 권한에 속한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연방 정부가 일정 부분 기준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이 단독 행정명령으로 전국적 의무 규정을 강제할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언론은 대통령에게 선거 운영 전반을 직접 관리할 권한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실제 시행까지는 연방법원에서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게시글에서 민주당을 향해 “끔찍하고 위선적인 사기꾼들”이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민주당이 유권자 신분증 제도에 반대하는 것은 선거의 투명성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을 향해서는 “모든 연설에서 이 문제를 최우선에 두라”며 사실상 중간선거 핵심 의제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이는 선거 공정성 이슈를 보수 유권자 결집의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제도 논쟁을 넘어, 중간선거를 둘러싼 본격적 정치전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규칙을 둘러싼 공방은 미국 정치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온 민감한 주제다. 유권자 신분증 의무화는 ‘투표 접근성 확대’와 ‘선거 보안 강화’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징적 쟁점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행정명령을 발동할 경우,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권한 다툼, 그리고 법원의 판단을 둘러싼 헌정 논쟁이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가 다시 한 번 제도적 정당성과 권한의 한계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