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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홍콩중문대학교 재학생이 대형 화재 참사와 관련해 독립 조사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는 연서를 발의한 뒤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고, 결국 학교로부터 제적 처분까지 받으면서 홍콩 사회의 표현의 자유와 대학 자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 168명 사망 ‘홍푸위안 화재’ 이후 시작된 연서
지난해 11월 26일, 홍콩 다푸 지역 홍푸위안에서 5급 화재가 발생해 168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사건 직후 중문대 학생 관징펑(Miles Kwan)은 소셜미디어에 ‘다푸 홍푸위안 화재 감시 그룹’ 페이지를 개설하고, △이재민의 적절한 안치 △공사 과정의 이권 의혹에 대한 독립 조사 △공사 감독 제도 전면 재검토 △독립 조사위원회 설립 등 이른바 ‘4대 요구’를 담은 연서를 발의했다.
그러나 경찰 국가안전처는 그가 온라인에서 해당 요구를 제기하고 전단을 배포한 행위를 문제 삼아 11월 29일 ‘선동 혐의’로 체포했다. 그는 보석으로 석방됐지만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 “징계 근거 공개 안 해”…제적 통보
관징펑은 13일 새벽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이 학교로부터 제적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두 차례 중대 정학 처분을 받은 상태였으며, 지난 12일 교무처 산하 학사·소양팀(AQS) 학생기율위원회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제적 결정을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학교 측은 징계 심리 과정에서 구체적인 위반 조항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으며, 체포 사실만으로는 직접적인 처벌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그의 행위가 학교 명예를 훼손하고 이메일 표현 및 청문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징계를 결정했다. 이전 징계 기록을 종합해 최종적으로 학적을 박탈했다는 것이다.
관징펑은 학교의 절차를 “kangaroo panel(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심의)”이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 “학력은 인정, 존엄은 부정?”…정치적 보복 주장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결과에 놀라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제적이 단순한 학사 문제를 넘어 정치적 의지와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권력을 쥔 일부가 정권이 억압하고자 하는 사람을 처벌하려 한다”고 말하며, “졸업장으로 학생을 억압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학교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별도의 공개 입장을 내지 않았다.
■ 학생회 연쇄 해산…위축되는 캠퍼스 자치
홍콩 매체 보도에 따르면, 관징펑이 일부 학생회와 함께 ‘4대 요구’를 제기한 이후 약 두 달 사이 이푸·우이쑨·신야·연합·화성서원 등 5개 단과대 학생회가 압박 속에 운영을 중단하거나 해산했다.
재작년에 이미 운영을 멈춘 경문학생회에 이어, 숭기학원 학생회도 지난달 75주년 기념일 당일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현재 중문대 내에서 정식 등록에 성공한 학생회는 선형서원과 신흥서원 두 곳만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 ‘공공 안전 요구’도 선동인가
이번 사건은 대형 참사 이후 시민이 제기한 제도 개선 요구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당국은 이를 ‘선동’으로 규정했지만, 지지자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독립 조사 요구는 시민의 정당한 권리”라고 반박한다.
홍콩에서 국가안전법 시행 이후 대학 캠퍼스는 정치적 표현에 점점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징펑의 제적은 단순한 개인 징계가 아니라, 홍콩 고등교육 기관의 자율성과 비판적 담론 공간의 축소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