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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평양 화성지구에 조성된 ‘새별거리’ 준공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두고 “해외군사작전참전영웅들의 위훈을 길이 전해갈 기념비적 건축군”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북한 김정은이 직접 참석해 준공 테이프를 끊고, 참전 열사 유가족들에게 살림집 이용허가증을 전달하는 장면은 체제의 ‘사랑과 의리’를 극적으로 연출하는 상징적 무대가 됐다.
그러나 화려한 수사와 감동적 장면들 뒤에 남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과연 새별거리는 ‘영웅에 대한 예우’인가, 아니면 해외 군사 개입의 정당성을 미화하는 또 하나의 정치적 연출인가.
북한 당국은 “조국의 명령을 지켜 귀중한 생명까지 바친 애국자들”이라 표현했지만, 정작 ‘해외군사작전’의 구체적 내용과 법적 정당성, 희생 규모는 공개하지 않는다.
북한이 과거 중동·아프리카 지역에 군사 고문단을 파견하거나 비공식 군사 협력에 관여해왔다는 점은 여러 차례 외부에서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 강조된 ‘참전영웅’은 어떤 전장에서, 어떤 명분 아래 싸웠는지조차 투명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영웅의 희생을 기린다면, 먼저 그 희생이 왜 필요했는지에 대한 사회적 설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새별거리 준공식은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일방적 찬양의 장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새별거리는 고층·중소층 살림집과 상업·봉사시설을 갖춘 ‘최상의 수준’의 주거지다. 문제는 이 혜택이 오직 ‘해외군사작전 유가족’이라는 특정 집단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평양을 중심으로 화려한 주택 단지를 잇따라 건설해 왔다. 그러나 지방 주민 다수는 여전히 노후 주택, 전력난, 식량난 속에 살고 있다.
체제 충성의 대가로 수도의 특혜 주거권을 부여하는 방식은 ‘보상’이자 동시에 ‘통치 수단’이다. 이는 사회적 형평성보다는 정치적 충성도를 기준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구조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준공식의 또 다른 핵심은 김정은의 현장 방문과 유가족 가정 방문 장면이었다. 부엌을 돌아보고, 자녀의 앞날을 축복하며, 눈물 속의 감사를 받는 장면은 북한 매체가 오랫동안 활용해온 ‘자애로운 어버이’ 서사의 전형이다.
지도자의 사적 방문과 감성적 장면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체제의 문제를 개인적 은혜와 사랑의 이야기로 전환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국가의 복지와 유가족 지원은 ‘은덕’이 아니라 제도적 권리의 영역이어야 한다. 이를 지도자의 개인적 배려와 도덕적 의리로 포장하는 순간, 복지는 통치자의 선물로 격하된다.
보도는 “그 어떤 보수도 바람이 없이 오로지 조국의 명령을 지켜 싸운 영웅들”이라는 표현을 반복한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에게 요구하는 궁극적 충성의 형태가 ‘생명의 헌납’일 때, 그 체제는 얼마나 건강한가라는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
영웅을 기리는 행사가, 동시에 더 많은 희생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로 기능할 위험은 없는가. 새별거리의 화려한 외관과 축포, 오각별 풍선은 이 질문을 압도하기에 충분했지만, 사라지게 만들지는 못한다.
새별거리는 평양의 또 하나의 상징 건축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념비적 건축이 국가의 현실을 가릴 수는 없다.
경제 제재, 식량난, 정보 통제 속에서 살아가는 다수 주민들의 일상과, 해외 군사작전이라는 불투명한 정책의 배경을 외면한 채 ‘영웅 신화’만을 강조하는 방식은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진정한 존경은 선전의 확성기가 아니라, 투명성과 책임성 위에서 세워질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갖는다.
새별거리는 과연 영웅을 위한 거리인가. 아니면 체제를 위한 또 하나의 무대인가. 그 답은 축포의 소음이 가라앉은 뒤, 북한 사회의 현실 속에서 드러날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