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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도쿄에서 열린 일본인 납북 피해자 국민대집회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6일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나설 각오를 재차 밝혔다.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납북자 문제를 직접 담판으로 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열린 면담에서 “납치 문제 해결은 내게 주어진 사명”이라며 “일본과 북한이 함께 번영과 평화를 누릴 수 있는 미래를 그리기 위해 정상끼리 정면에서 마주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돌파구를 열고, 이를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는 그가 지난해 11월 국민대집회에서 밝힌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다시 한번 공식화한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미 북측에 정상회담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혀왔지만, 현재까지 실질적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북측에 대화를 요청해왔으나, 북한은 공식적인 응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납북 피해자 문제는 현 내각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면서도,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단을 갖고 언급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미 정상 간 접촉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일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추진될 수 있느냐가 외교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면담에서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회는 새로운 입장을 전달했다. 부모 세대가 생존해 있는 동안 모든 피해자의 일괄 귀국이 실현될 경우, 일본의 대북 제재 해제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날 내부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강경 기조를 유지해온 가족회가 일정한 조건 아래 유연성을 보이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다만 ‘일괄 귀국’이라는 전제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제재 완화는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납북자 문제는 일본 내에서 여전히 강한 정치적·정서적 의미를 지닌 사안이다. 역대 일본 정권이 해결을 공언해왔지만, 북일 관계는 장기간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직접 김정은 위원장과의 담판을 언급하며 승부수를 던진 만큼, 향후 외교적 물밑 접촉과 국제 정세의 변화가 실제 회담 성사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자체보다 구체적 합의와 이행 로드맵이 마련되느냐가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문제는 의지 표명 이후의 실행력이다. 납북 피해자 가족들의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다카이치 내각이 ‘사명’으로 규정한 이 과제를 외교적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