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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자료 화면 |
폴란드가 정보 보안을 이유로 중국산 차량의 군 시설 내 진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공식화했다.
최근 유럽 내 안보 불안과 기술·정보 전쟁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군사 인프라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폴란드군은 17일(현지시간) 저녁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산 차량에 탑재된 각종 센서와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 군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특히 최신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 레이더, 위치 추적 장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이 외부 서버와 연동될 경우 군사 시설의 구조, 출입 동선, 인원 이동 패턴 등 보안상 중요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차량은 원칙적으로 군사 보안 구역 진입이 금지된다. 다만, 해당 차량의 특정 기능을 비활성화하고 각 시설의 보안 규정에 따른 추가 안전장치가 마련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출입이 허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군은 기밀 정보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산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공용 휴대전화를 연결하는 행위 역시 금지했다. 차량과 스마트폰 간 블루투스·데이터 동기화 과정에서 연락처, 통화 기록, 위치 정보 등이 저장·전송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병원, 진료소, 도서관, 검찰청, 군부대 클럽 등 일반인도 접근 가능한 군사 시설에는 이번 제한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순수 군사 보안 구역에 초점을 맞춘 조치라는 설명이다.
폴란드군은 이번 결정이 예방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며, 방위 인프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및 동맹국들의 보안 관행과도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는 동유럽 안보의 최전선 국가로 자리매김했으며, 군사·정보 인프라 보호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해왔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차량 규제를 넘어, 기술 장비 전반에 대한 ‘공급망 안보’ 차원의 접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폴란드가 금지 조치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월 “중국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국가 안보라는 개념을 악용하는 행위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반발한 바 있다.
중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안보 우려가 과도하게 정치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에서는 중국산 통신·IT 장비뿐 아니라 전기차 등 첨단 제조업 제품에 대해서도 데이터 보안 위험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AP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폴란드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산 차량의 점유율은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신규 등록 차량 중 중국산 모델이 8%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경쟁력과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맞물리며 소비자 선택이 확대된 결과다.
이처럼 경제적 실리와 안보 우려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폴란드의 이번 조치는 상징성이 크다.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가 곧 안보’라는 인식 아래 차량을 하나의 이동형 정보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반영된 조치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유럽 내 다른 국가들 역시 군사·공공 인프라를 중심으로 유사한 제한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기술 경쟁과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자동차 산업마저 안보 논쟁의 중심에 서고 있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