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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2026년 2월 14일 오후, 헤이그 시청에서 열린 ‘2026 중국 말의 해 신춘 행사’를 둘러싸고 시청 안팎에서 긴장이 고조됐다.
시청 중정에서는 친중 성향 교민 단체가 주도한 기념 행사가 진행됐고, 건물 밖에서는 수십명의 반공 인사들이 집회를 열어 “중국 공산당의 문화·정치적 침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행사는 중-네덜란드 상보 사장이자 네덜란드 원저우 동향회 회장으로 알려진 저우웨이쭝이 주도했다. 현장 보안과 장소 관리는 중국교련 해외위원 출신이자 전 네덜란드 화인 단체 연합회 집행 회장인 천룽이 총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행사에는 주네덜란드 중국대사 션보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주최 측은 전통 명절을 기념하는 문화 교류 행사라고 설명했지만, 시청 밖 집회 참가자들은 “문화 행사를 가장한 통일전선 활동”이라고 반발했다.
시청 밖에서 집회를 연 단체 ‘네덜란드 반공의 소리’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찬바람 속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참가자 14명 가운데는 위구르인 3명과 민주화 운동 인사 11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6미터 길이의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정보기관이 신분을 은폐해 비판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있다”는 문구를 게시했다. 현수막에는 ‘폭력과 감시’, ‘침투와 자금’, ‘선전과 세뇌’ 등 세 범주로 분류된 9명의 실명이 적시됐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시위대는 네덜란드어와 중국어로 번갈아 구호를 외쳤다.
- “Weg met de CCP!”(중국 공산당은 물러가라)
- “Baas in eigen land, CCP aan de kant!”(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의 것)
- “공산당 타도! 시진핑 퇴진!”
- “중공의 앞잡이는 중국으로 돌아가라!”
집회에서 발표된 성명은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 재단이 2월 11일 공개한 보고서 를 인용했다. 보고서는 미국·캐나다·영국·독일 등 민주국가 내에 2천 개가 넘는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 조직이 활동 중이라고 분석했다.
주최 측은 이를 근거로 “네덜란드 역시 통일전선 네트워크의 확장 대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특정 인사 3명을 ‘대리인’으로 지목했다. 해당 인사들에 대해서는 전직 군 경력, 친중 매체 운영, 온라인 여론 조작 의혹 등이 제기됐으나, 이들의 입장은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집회에 참석한 위구르 인권재단 회장 압두제임 게니는 시청 내부로 들어가 “위구르 집단학살을 은폐하지 말라”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친공 성향 인사들과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플래카드를 빼앗기고 폭행을 당했으며, “수용소에 가야 한다”, “사형을 받아야 한다”는 위협성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게니는 목과 다리 부상을 호소하며 네덜란드 국가경찰에 정식으로 신고했다. 현재 사건은 조사 중이며, 빼앗긴 깃발과 플래카드는 반환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시청 밖에서도 일부 친공 성향 인사들이 집회 참가자들을 촬영하다가 역촬영되자 “너희들을 기억하겠다”고 발언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최 측은 네덜란드 정부와 정보기관 AIVD(네덜란드 일반정보안보국)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해외 통일전선 모델이 말의 해 행사와 같은 문화 행사를 통해 정치적 침투와 국제적 탄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2024년에도 헤이그 시청에서 열린 중국 신년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위구르 전통 의상을 입고 공연한 것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헤이그 시장 얀 판 자넨은 “이 행사는 진행되지 말았어야 했다. 이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유럽 내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행사 문제와 해외 디아스포라 사회 내 갈등, 그리고 위구르 인권 문제를 둘러싼 긴장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