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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은 2월 19일 평양에서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가 “성대히 개막”되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보도는 “전면적 국가발전의 전환적 국면”, “위대한 승리”, “전략적 우세 확고”와 같은 수식어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화려한 정치적 수사와 달리, 지난 5년의 실제 성과와 주민들의 체감 현실은 과연 그 주장에 부합하는가.
■ ‘전환적 국면’이라는 선언과 반복되는 위기
김정은 총비서는 개회사에서 제8차 당대회 이후 5년을 “자랑찬 년대기”로 규정하며, 과거의 “최악의 난국”을 자력으로 타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기본적 완수”와 주요 공업부문의 “기술 하부구조 보강”을 성과로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 하에 있으며, 식량·에너지·의약품 부족 문제는 구조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의 국경 봉쇄는 주민 생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고, 장마당 활동 축소와 통제 강화는 민생을 더욱 압박했다. “기본적 완수”라는 표현은 구체적 수치나 객관적 지표 없이 반복되는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
■ 자력갱생의 구호와 외부 의존의 현실
보도는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북한의 대외무역 구조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었으며, 군사·기술 협력 확대를 통해 제재의 틈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노출되고 있다.
자력갱생은 체제의 상징적 정체성이지만, 실제로는 제한된 외부 지원과 비공식 무역망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구호와 구조적 실태 사이의 괴리를 드러낸다.
■ 정치적 행사와 권력 재확인의 무대
이번 대회는 당 규약 개정, 중앙지도기관 선거 등을 의정으로 채택했다. 집행부 명단에는 기존 핵심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었고, 김여정 등 권력 핵심부 인물도 자리했다.
형식상 ‘대표자 대회’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확정된 권력 구조를 재확인하고 충성의 의례를 반복하는 행사에 가깝다. “폭풍 같은 만세”와 “열렬한 지지”는 체제 특유의 동원 정치 문법일 뿐, 실질적 정책 토론이나 권력 분산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 경제 성과 강조 속 군사·체제 우선 논리
보도는 경제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국가의 존위와 영웅성”, “부국강병의 실체”를 반복한다. 이는 경제 발전이 주민 복지 향상보다 체제 안정과 군사적 위상 강화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북한은 전략무기 개발과 군사력 고도화를 지속해 왔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국방 분야는 우선순위로 유지되었고, 이는 민생 투자와의 자원 배분 갈등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 ‘새 전망’의 실체는 무엇인가
제9차 당대회는 “새로운 혁명단계의 과학적 투쟁목표”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은 추상적 표현에 머물러 있다.
- 구체적 경제 성장률 목표는 무엇인가?
- 식량 자급률과 에너지 공급 안정화 방안은 무엇인가?
- 주민 생활 향상을 위한 제도 개혁은 포함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변 없이, ‘전환적 국면’과 ‘휘황한 전망’이라는 언어만 반복된다면, 이는 미래 설계도라기보다 정치적 결속을 위한 상징적 장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 선언을 넘어 현실로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 개막은 북한 체제에 있어 중요한 정치 이벤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당이 스스로 평가한 “위대한 승리”와 “전면적 발전”이 실제 주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적 수사는 언제나 화려하다. 하지만 경제 구조 개혁, 대외관계의 정상화, 주민 자율성 확대 없이 반복되는 “새 단계” 선언은 설득력을 잃어간다.
이번 당대회가 또 하나의 선전적 의례로 끝날지, 아니면 실질적 변화의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 제시될 구체적 정책과 그 이행 여부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만세”의 함성이 아니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개선이라는 점에서, 이번 제9차 당대회는 스스로 설정한 기대를 충족해야 할 엄중한 시험대 위에 서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