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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이 2월 21일 보도한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 지난 5년간의 전진과정’ 기사는 신젖(분유) 생산능력을 3.2배로 확대하고 질 제고와 신제품 개발에서 성과를 거두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보도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정작 핵심은 생산·유통의 실질적 개선이 아니라 “사상사업”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도는 “조국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튼튼하게 잘 키우는 것보다 더 중차대한 혁명사업은 없다”는 구호를 앞세운다. 그러나 정작 기본적 지표는 제시하지 않는다.
‘3.2배 확대’라는 수치는 기준 연도 생산량이 얼마였는지 밝히지 않은 채 제시된다. 만약 기존 생산량이 극히 낮았다면, 3배 증가는 통계상 과장 효과에 불과할 수 있다. 수치의 절대값이 빠진 배율 중심 보도는 북한식 성과 선전의 전형이다.
기사에서 반복되는 핵심어는 “사상사업”, “정신력”, “창조력 발동”이다. 심지어 행정일군들까지 사상사업 수행에 매진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낳는다.
- 생산능력 확대의 기술적 투자 내역은 무엇인가?
- 설비 현대화, 자동화, 위생 관리 개선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왜 없는가?
- 국제적 식품안전 기준(예: HACCP 등)에 부합하는 관리 체계는 구축되었는가?
공장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료 안정성, 설비 효율, 품질 관리 체계다. 그러나 기사에는 기술·설비·품질관리 지표 대신 ‘사상적 동원’이 강조된다. 이는 산업정책이 아닌 정치동원 체계가 여전히 경제 운영의 중심임을 방증한다.
어린이용 식료품은 가장 엄격한 안전기준과 투명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그러나 해당 보도는 공장을 “조선로동당이 중시하는 공장”이라고 규정하며, 당의 정책 수행 성과로 연결한다.
이는 아동 영양 정책이 공중보건의 영역이 아니라 체제 충성도와 정치적 정당성의 증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몇 년간 북한은 국경 봉쇄와 대외 제재, 내부 통제 강화 속에서 식량난과 영양 불균형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국제기구 보고서들은 북한 내 아동 영양 상태가 여전히 취약 계층 중심으로 불균형을 보인다고 분석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평양 소재 공장의 성과만을 강조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문을 남긴다. 또한 북한의 정책 홍보는 종종 평양의 모범 단위를 전국의 일반적 성과처럼 포장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보도에서 가장 반복되는 메시지는 “사람과의 사업, 사상사업에 깊은 관심”이다. 이는 경제 운영의 근본적 접근 방식이 여전히 정치적 충성 동원에 기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어린이 영양 문제는 체제 선전의 소재가 아니라 생존권과 직결된 인권 문제다. 만약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이 실제로 생산능력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품질을 개선했다면, 구체적인 통계와 기준, 관리 구조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치적 구호가 아닌, 데이터와 제도로 입증될 때에만 ‘전진’이라는 표현은 설득력을 얻는다. 아이들의 식탁은 사상사업의 무대가 아니라, 과학과 책임의 영역이어야 한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