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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노동당 제9차대회 4일차 회의 진행 |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가 발표한 결정서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이미 정해진 결론을 다시 한 번 선언하는 의식(儀式)이었다는 점이다.
결정서는 김정은을 “또다시” 최고직책에 선거하기로 “전폭적으로 지지찬동”했다고 밝히며, 이를 “전체 인민의 선택과 의지”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경쟁, 토론, 대안, 비판, 이견의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선거’라는 표현이 반복되지만, 실제로는 단일 후보에 대한 추대 형식에 불과하다.
“선거”인가, “추대”인가
결정서는 “당의 최고지도기관인 당대회사업에서 가장 큰 의의를 가진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민주적 정치체제에서 선거란 선택의 자유와 대안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북한의 당대회는 구조적으로 후보 경쟁이 존재하지 않으며, 정책 노선에 대한 공개적 논쟁이 없고, 지도자 교체 가능성 자체가 제도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결정서가 말하는 “전당의 조직적 의사”는 실질적으로 상향식 의사 표현이 아니라 하향식 충성 확인에 가깝다. “전폭적 지지”라는 표현이 반복될수록 오히려 정치적 다양성의 부재가 더욱 선명해진다.
‘위대한 업적’과 현실의 간극
문서는 지난 5년을 “세기적인 전변”과 “전례 없는 기적”의 시대로 묘사한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북한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결정서는 “자립경제의 안정적 발전”과 “5개년계획 수행의 귀중한 성과”를 언급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대외 교역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경이적인 현실”이라는 표현은 선전 언어일 뿐, 주민 생활의 체감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핵무력의 강화가 곧 ‘번영’인가
결정서는 핵무력을 “전쟁억제력의 비약적 제고”로 평가하며, 이를 국가 부흥의 담보로 제시한다. 그러나 핵·미사일 개발 가속은 국제적 고립 심화, 경제 제재 장기화, 외화난 악화, 주민 생활 기반 축소라는 부작용을 낳아왔다.
군사적 억지력 강화가 체제 안전을 일정 부분 보장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그것이 곧 국민의 삶의 질 개선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안보를 절대화하는 동안, 민생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개인화된 사회, 제도 없는 권력
결정서 전반은 지도자 개인의 ‘유일성’과 ‘대체 불가능성’을 강조한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분”, “모든 승리와 영광의 상징”이라는 표현은 집단지도체제가 아니라 개인 권력 집중 체제를 명확히 드러낸다.
현대 국가에서 제도는 개인을 초월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정치 체제는 당 = 지도자, 국가 = 지도자, 인민 = 지도자에 대한 충성이라는 동일시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분산되지 않고, 내부적 자기 수정 기능도 작동하기 어렵다.
‘역사의 요구’라는 이름의 고착화
결정서는 김정은 재추대를 “시대와 력사의 엄숙한 요구”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역사는 특정 인물을 영구히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권력의 순환과 제도적 안정이 역사의 보편적 흐름이다.
지도자 교체 가능성이 차단된 체제는 단기적 안정은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정책 경직성, 엘리트 순환 부재, 혁신 동력 약화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게 된다.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 결정서는 충성의 언어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문장들 사이에는 질문이 빠져 있다.
주민들의 실제 삶은 나아졌는가? 경제는 자립의 토대 위에 서 있는가? 국제적 고립은 해소되고 있는가? 지도자 교체 가능성은 존재하는가?
정치적 안정은 찬양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가의 지속 가능성은 제도와 투명성, 책임성과 개방성에서 비롯된다. 이번 당대회는 “선거”를 언급했지만, 선택은 없었다. “전폭적 지지”를 강조했지만, 자유로운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이번 결정서가 드러낸 가장 큰 역설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