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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대회 5일차 회의서 연설하고 있는 김정은 |
북한이 조선로동당 제9차 당대회 닷새째 일정을 이어가는 가운데, 김정은은 “그 어떤 도전과 정세변화도 우리의 전진을 지체시키거나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당대회에서도 미국과 한국을 직접 거론하는 대외 메시지는 끝내 나오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주체적 역량에 의거”…대내 결속 강조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정은이 전날 진행된 당대회 5일차 회의에서 5천자 분량의 ‘결론’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새로 시작되는 5년간의 투쟁도 전적으로 우리의 주체적 역량, 우리 인민의 위대한 힘에 의거할 것”이라며 자력갱생 노선을 재확인했다.
특히 김정은은 “낙후성과 폐단을 과감히 극복·청산해야 한다”며 보수주의와 경험주의, 낡은 도식을 타파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역점 추진해 온 지방발전 사업과 관련해서는 준공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생산기지들이 부실 운영되고 있다고 질타하며 “극도의 태만과 무책임성”을 지적했다.
이는 외부 위협보다는 내부 기강 확립과 경제 관리체계 정비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 창건 90주년, 100주년을 언급하며 “10년, 20년 뒤 온 나라를 변모시킬 수 있다”고 장기 목표를 제시한 점도 체제 결속을 우선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 이례적 ‘침묵’…대미·대남 언급 없어
이번 당대회는 사업총화 보고, 부문별 토론, 결론에 이르기까지 5일간 이어졌지만, 대미·대남 정책에 대한 구체적 방향은 공개되지 않았다. 과거 당대회에서 대외 전략을 비교적 분명히 제시해 왔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4월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등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5개년 계획을 구체화하는 결정서 채택 과정에서 대외 노선의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토의는 대외, 공업, 농업, 경공업, 문화, 건설, 군사·군수, 법무, 당사업 등 부문별로 나뉘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대외 부문 협의회 사진에는 김성남 당 비서 겸 국제부장, 최선희 외무상과 함께 장금철 전 통일전선부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포착됐다.
정부는 해당 인물이 장금철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그가 대남 관련 ‘대적정책’ 논의에 일정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공식 직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김여정 승진·정치국 개편…권력 재편 가속
한편 당대회와 병행해 열린 제9기 당 중앙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는 인선 개편이 단행됐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노동당 부부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하고, 정치국 후보위원에 복귀했다. 그가 맡게 될 부서와 역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대외·대남 전략 또는 선전·조직 분야에서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김정은 위원장, 박태성 내각총리, 조용원 당 조직비서에 더해 김재룡, 리일환이 새로 합류해 5인 체제로 재편됐다. 군부 인사가 제외된 점은 당 중심 통치 강화 흐름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또한 당 규약 해설집과 구호집 수정에 대한 논의도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당 규약 개정 결정서가 채택됐으나, 한국을 ‘적대적 2국가’로 명문화했는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 내부 혁신·장기전 대비…‘침묵 속 메시지’
이번 당대회는 외부를 향한 강경 발언 대신 내부 혁신과 조직 재정비, 5개년 계획 수립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공개 발언에서는 한미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부문별 토의와 인선 개편을 통해 향후 대외 전략의 기초를 다지는 수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이번 9차 당대회는 ‘정세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체제’를 내세우면서도, 대외 전략은 신중히 조율하는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평가다. 향후 채택될 최종 결정서와 규약 개정 내용이 북한의 중기 대외 노선과 한반도 정세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