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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은 2월 24일, “신포의 새 양식장건설구상을 무르익히신 날”이라는 제목으로 김정은의 현지지도 일화를 대대적으로 전했다.
함경남도 신포시가 “나날이 흥해가고 있다”는 표현과 함께, 선진적 바다가양식 표본기지 건설, 경공업공장 가동, 농촌살림집 준공 등 일련의 성과가 나열됐다.
그러나 화려한 수사 뒤에 가려진 질문들은 여전히 남는다. 과연 이것은 지역경제의 실질적 도약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정치적 상징물에 불과한가.
보도는 신포시 바다가양식사업소에서 다시마와 밥조개 등 해산물이 “대량적으로 수확”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북한의 수산·양식 정책은 과거에도 수차례 ‘전환적 성과’를 선전했지만, 그 수확물이 주민 식탁에 안정적으로 공급되었다는 객관적 증거는 드물다.
북한 경제의 구조적 특성상, 주요 생산물은 군(軍)이나 평양 등 특정 우선순위 지역으로 배분되는 경우가 많다. 신포 역시 전략적 군항이 위치한 지역이다.
그렇다면 이번 양식장 확대가 지역 주민의 생활 개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군수·특권 계층 공급망을 보강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필요하다.
경공업공장이 “불과 열 달도 채 안 되어” 완공되었다는 대목은 북한식 속도전의 전형을 보여준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과거 수많은 지방공장과 양식장이 준공식 직후 가동률 저하, 전력난, 원자재 부족으로 사실상 방치된 사례가 반복되어 왔다.
특히 바다가양식은 장기적 환경 관리와 과학적 품종 관리, 안정적 냉장·유통 인프라가 필수다. 그러나 북한의 전력 사정과 설비 유지 능력을 감안할 때, 이번 사업이 일회성 ‘성과 과시용’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보도는 “아담하게 일떠선 새 농촌살림집들마다 행복 넘친 웃음소리”를 전한다. 그러나 북한의 주택 건설은 대부분 국가 배급형 분양이며, 입주 대상 선정 역시 충성도와 정치적 배경이 큰 영향을 미친다.
주택 수요 전체 대비 공급 비율, 건설 자재의 질, 상하수도·난방 인프라 등 구체적 지표는 공개되지 않는다. ‘웃음소리’는 등장하지만, 주민 소득과 식량 배급 상황에 대한 수치는 찾아볼 수 없다. 선전은 감정을 묘사하지만, 정책 평가는 데이터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기사 역시 모든 성과의 출발점을 “김정은원수님께서 오르신 발동선에서” 시작된 구상으로 돌린다. 이는 북한 매체의 일관된 서술 방식이다. 지역 행정, 기술자, 노동자의 역할은 부차화되고, 지도자의 ‘구상’이 만사를 가능케 한 동력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서술 구조는 정책의 집단적 책임성을 약화시키고, 동시에 실패 시 책임 또한 구조적으로 은폐하는 효과를 낳는다. 권력은 집중되고, 평가는 불가능해진다.
신포의 변화가 진정한 지역경제 자립의 신호라면, 양식 수확량의 주민 1인당 공급 비율, 공장 가동률과 전력 공급 안정성, 지역 평균 식량 배급 수준 변화, 외부 시장(중국 등) 의존도 감소 여부 지표가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정보 없이 반복되는 ‘눈부신 전변’ 보도는, 실질적 개혁·개방의 신호라기보다 체제 결속을 위한 정치적 상징 생산에 가깝다.
신포의 새 양식장이 과연 풍요의 씨앗이 될 것인지, 또 하나의 선전용 조형물이 될 것인지는 시간이 증명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역 발전의 진정성은 지도자의 일화가 아니라 주민의 삶의 질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풍어동’이라는 지명처럼 풍요가 일상이 되려면,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구조적 개혁과 투명성이 먼저 필요하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