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국정연설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 도중 항의한 야당 의원들을 향해 “미친 사람들”이라며 원색적인 표현을 쏟아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 의회 내 갈등이 다시 한 번 격화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전날 의회에서 진행된 국정연설 당시 고성으로 항의한 민주당 의원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중요하고 아름다운 행사에서 통제 불능으로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보니 미친 사람들처럼 보였다”며 “시설에 수용돼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은 전날 108분간 이어진 국정연설 과정에서 벌어진 공개적 충돌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 소속의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 정책 성과를 언급하자 “당신은 미국인을 죽였다”고 외쳤다. 이는 최근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이민단속 요원 총격 사건과 관련한 항의의 표시로 알려졌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인 러시다 털리브 하원의원도 대통령이 “8개의 전쟁을 끝냈다”고 발언하자 “거짓말”이라고 맞받아쳤고, 이스라엘 문제를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고 소리쳤다. 털리브 의원은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으로, 중동 문제와 관련해 강경한 비판 입장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부패하고 타락한 정치인”이라고 규정하며 “원래 있던 곳으로 가능한 한 빨리 돌려보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이 표현은 이민자 출신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인종·출신 배경을 둘러싼 또 다른 정치적 논쟁을 촉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은 이어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드니로까지 언급하며 “트럼프 증오증에 걸린 병든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드니로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영화 관세 방침을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지금 어느 때보다 더 크고, 더 좋고, 더 부유하고, 더 강해졌다”며 “그 사실이 그들을 완전히 미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설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정연설은 전통적으로 대통령이 국정 방향을 제시하는 상징적 행사이지만, 최근 몇 년간은 여야 간 공개적 충돌의 무대로 변모해왔다.
특히 이민, 중동 정책, 문화·정체성 이슈를 둘러싼 대립은 미국 정치의 구조적 양극화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평가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표현 수위와 관련한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이 야당 의원을 향해 “시설에 수용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정치적 비판을 넘어 인신 공격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 일각에서는 “국정연설이라는 공식 행사에서 고성을 지른 것이 더 큰 문제”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강경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가운데, 이번 충돌은 미국 정치의 갈등 구조가 단기간에 완화되기 어려움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