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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인민회의 연설하는 김정은 |
북한이 조선로동당 제9차 당대회 이후 권력 구조와 정책 노선을 정비하기 위한 후속 절차에 돌입했다.
당대회에서 결정된 노선과 인사를 국가기구 차원에서 공식화하기 위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하며 정치 체제 재편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전날 회의를 열고 헌법 제90조에 따라 제15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오는 3월 15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최고주권기관’으로 규정되지만 실제로는 노동당의 결정 사항을 추인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평가된다.
이번 선거의 중앙선거위원회 위원장에는 김형식이, 부위원장에는 전경철이 각각 임명됐다. 북한의 대의원 선거는 선거구별로 단독 후보가 추천되고 주민들의 찬반투표 형식으로 진행되는 구조로, 과거 사례를 볼 때 사실상 전원 당선이 예정된 정치적 의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통상 노동당 당대회나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이후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당의 결정을 국가 정책으로 확정해 왔다. 2021년 제8차 당대회 직후에는 불과 5일 만에 최고인민회의가 열렸으며, 2016년 제7차 당대회 이후에도 약 두 달 만에 관련 회의가 개최된 바 있다.
이번 선거는 당과 국가기구의 운영 주기를 맞추는 의미도 있다. 현재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2019년 선출됐지만 헌법상 임기인 5년을 이미 넘긴 상태였다.
제15기 대의원 구성이 완료되면 새 최고인민회의가 열려 9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정책 노선을 공식 추인하고 이를 집행할 내각과 주요 국가기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북한 권력 핵심 인사의 거취가 주목된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아온 최룡해가 이번 당대회에서 당 중앙위원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정치적 위상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의원 선거 이후 구성될 새로운 최고인민회의에서 최룡해가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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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최고인민회의 모습 |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조용원 조직비서가 차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용원은 당 조직부를 통해 간부 인사를 총괄하며 김정은 체제의 핵심 실무 라인을 형성해온 인물이다.
새로 구성될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 개정 문제도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은 2023년 말 이후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이를 법적으로 명문화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당 규약에 관련 내용이 반영됐다면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 형태로 이를 제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국가 수반 체제 변화 여부다. 북한은 김일성 사망 이후 ‘주석’ 직위를 사실상 폐지하고 국무위원장을 최고지도자의 직책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과거 김일성에게 ‘영구 결번’ 형태로 남겨둔 주석직을 부활시켜 김정은에게 부여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와 이후 회의가 김정은 체제의 권력 재편과 국가 운영 체계 정비를 공식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당대회 이후 권력 핵심 인물들의 재배치와 헌법 개정 여부가 향후 북한 정치 구조 변화를 가늠할 주요 변수로 주목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