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이 또다시 ‘평화’를 외치며 군사적 위협을 쏟아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려는 우리 국가의 의지는 강고하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담화의 겉모습은 ‘평화 수호’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노골적인 군사적 위협과 대남·대미 적대 선동으로 가득 차 있다.
김여정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프리덤 쉴드’를 문제 삼으며 이를 “대결을 모의하는 침략적 전쟁 시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선전 논리에 불과하다.
한미 연합훈련은 수십 년 동안 진행되어 온 방어적 성격의 정례훈련이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동맹 차원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를 “침략 연습”이라고 규정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는 북한 정권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전형적인 선전 방식이다.
스스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며 군사력을 강화하면서도, 외부의 방어적 조치에는 ‘전쟁 도발’이라는 낙인을 찍어 체제 결속과 내부 선전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 담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억제력’이라는 표현 뒤에 숨겨진 노골적인 군사적 협박이다. 김여정은 “압도적이고 선제적인 초강력 공세”를 언급하며 북한이 “파괴적인 힘의 장전”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전략무기의 사용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끔찍한 파괴력”을 강조하는 북한식 언어는 국제사회가 익숙하게 목격해 온 이중적 메시지다.
더구나 북한은 최근 수년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전술핵 운용 능력 과시, 각종 신형 무기 개발을 공개적으로 선전해 왔다. 이러한 군사력 증강 행위야말로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책임을 외부로 돌리며 ‘평화 수호자’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러한 담화가 실제 군사행동의 예고라기보다 내부 결속을 위한 정치적 메시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경제난과 국제 제재, 주민 생활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체제는 외부의 ‘적대 위협’을 강조해 내부 불만을 통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여정이 직접 나서 강경 발언을 반복하는 것은 북한 권력 내부에서 그녀의 정치적 역할을 강화하는 과정과도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도부의 위상을 과시하고 군사적 긴장을 이용해 체제 결속을 강화하는 방식에 익숙한 정권이다.
북한 정권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말하고 싶다면 먼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군사적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 국제사회를 향해 “끔찍한 파괴력”을 언급하며 공포를 조성하는 방식은 결코 평화와 거리가 멀다.
평화를 외치면서 동시에 전쟁을 준비하는 모순된 메시지는 결국 북한 정권의 선전 전략일 뿐이다. 한반도의 안정은 위협과 협박이 아니라 책임 있는 행동과 신뢰 구축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번 김여정 담화는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