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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일본 조총련의 기관지인 조선신보에 실린 한 중학생의 시가 눈길을 끈다. 니시도쿄 제2초중학교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쓴 「하교길」이라는 작품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사촌이자 친구였던 두 사람이 성장하면서 멀어졌다가 다시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다. 그러나 조금만 읽어보면 이 시가 단순한 사춘기 감정의 기록을 넘어, 남북한 관계를 은유적으로 빗댄 서사라는 점이 금세 드러난다.
시의 구조는 매우 상징적이다. 어린 시절에는 “같이 놀고, 같이 자고, 같이 큰 친형제”였던 두 사람이 성장하면서 서로 멀어진다. 서로의 고민이 더 이상 공유되지 않는 사이가 되고, 결국 서먹한 관계가 된다. 하지만 별이 빛나는 밤, 두 사람은 다시 대화를 시작하고 손을 잡는다.
이 서사는 너무도 익숙하다. 북한 선전물에서 수십 년 동안 반복되어 온 “민족은 하나였다—외세 때문에 갈라졌다—다시 손을 잡아야 한다”는 통일 서사의 전형적인 구조와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를 쓴 학생에게 정치적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문제의 핵심은 따로 있다. 바로 이러한 작품을 선택하고 강조하며 “단평”을 붙여 소개하는 조총련의 교육·언론 구조다. 어린 학생의 감수성을 이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전달하려는 오래된 방식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시 뒤에 붙은 해설문을 보면 단순한 문학 감상이 아니라 특정한 해석 방향을 독자에게 유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생활 주변의 일을 진실하고 솔직하게 썼다”는 평을 통해 작품을 미화하면서, 동시에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도록 유도한다.
이는 북한식 선전문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다. 직접적인 정치 구호 대신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 메시지를 심어 독자의 감정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작품이 등장하는 시점이다. 북한은 최근에도 “민족공조”, “한민족 운명공동체”와 같은 표현을 상황에 따라 다시 꺼내 들곤 한다. 동시에 해외 동포 사회, 특히 조총련 조직을 통해 문화·교육 영역에서 이런 메시지를 은근히 확산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되어 왔다. 어린 학생의 글이라는 외피는 그 자체로 정치적 의심을 피해 가는 가장 손쉬운 방식이기도 하다.
결국 이 시가 보여주는 것은 한 학생의 문학적 재능이 아니라, 그 작품을 소비하는 구조다. 북한과 조총련의 선전 체계는 오래전부터 정치적 메시지를 직접적인 구호 대신 감정적 이야기와 문화 콘텐츠 속에 담아왔다. 시, 동화, 노래, 학생 글짓기까지 다양한 형식이 그 도구가 되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둘러싼 장면에서 독자들이 떠올리게 되는 것은 한 중학생의 순수한 감정이라기보다, 그 뒤에서 미묘하게 방향을 잡고 있는 어른들의 그림자다.
어린 학생의 시 한 편이 남북 문제를 해결하거나 통일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시를 통해 어떤 서사를 만들고 어떤 메시지를 흘려보내려 하는지는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이 글은 과연 한 학생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또 하나의 선전 서사일까.
김·성·일 <취재기자>
하교길
둘사이엔 침묵뿐 내리막길 달리는 자전거소리뿐
그는 내 사촌형제 세살적부터 같이 놀고 같이 자고 같이 큰 《친형제》
그는 내 학급동무 여섯살부터 같이 배우고 같이 웃고 같이 뛴 딱친구
그는 내 사촌형제 그는 내 학급동무 마주보며 손을 잡고 네 고민은 내 고민
어느새 우린 열다섯살 저저마다 행동하고 화제거리 차이나고 웃음은 사라지고
어느새 네 고민은 내 고민이 아니고 너는 너, 나는 나 서먹서먹한 사이로
네 집앞까지 가서 못 박힌듯 섰는데 네가 무겁게 꺼내는 말
- 왜 이렇게 됐을가? - 글쎄말이야…
긴의자엔 너와 나 하늘엔 반짝이는 별 오랜만에 해보는 대화 말은 더듬더듬해도
눈은 맞추지 못해도 마음은 마주보았다
우린 오랜만에 침묵을 깼다 마음을 살폈다
네가 손을 내민다 내가 손을 잡는다 오랜만에 쥔 손은 울뚝불뚝하고 따스했다
(조선신보에 실린 중학생 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