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277] 「하느님의 말씀」(Dei Verbum)을 형성한 논쟁들
  • 토머스 G. 과리노 Rev. Msgr. Thomas G. Guarino is professor emeritus of systematic theology at Seton Hall University and the author of The Unchanging Truth of God? Crucial Philosophical Issues for Theology. 몬시뇰, 조직신학 명예교수

  • 2026년이 시작된 이후, 교황 레오 14세는 수요일 일반 알현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관한 교리교육을 시작하였다. 새해를 이 위대한 공의회와 함께 시작한 것은 영감에 찬 선택이라 할 수 있는데, 공의회 문헌들은 여전히 생동감이 넘치며, 성경적·신학적·영적 성찰이 충실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만일 레오 교황의 의도가 자신의 좌우명인 “그 한 분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이다”(In illo uno unum)라는 말이 시사하듯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를 일치시키는 것이라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문헌들은 매우 적절한 출발점이 된다. 그는 베네딕토 16세의 말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의회 문헌들은 그 시대성을 조금도 잃지 않았다.”

    곧바로 눈에 띄는 점은, 레오 교황이 문헌들을 해석하는 방식이 그 문헌들 자체만큼이나 평온하고 차분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령들은 세계 각국의 가톨릭 주교들이 승인하고 교황 바오로 6세가 공식 공포한 형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문헌 작성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중요한 신학적 쟁점들과 치열한 논쟁들을 간과하게 만들 수도 있다.

    레오 교황은 자신의 교리교육을 「하느님의 말씀」(Dei Verbum), 곧 하느님의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으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문헌을 둘러싼 논쟁은 너무나 격렬하여, 사실상 이 헌장이 아예 작성되지 못할 뻔하기까지 했다.

    왜 그렇게 논쟁이 격렬했는가?

    여러 쟁점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과 관련된 전통의 역할이었다. 전통의 정확한 본질을 둘러싼 논쟁이 너무나 격렬했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이 문헌 자체를 포기하고 대신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안의 계시에 관한 몇 단락만 삽입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1963년 12월 공의회 제2회기 말, 바오로 6세는 오직 하느님의 계시만을 다루는 문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시 공의회 신학 전문가였던 요제프 라칭거는 교황의 이러한 지시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교회는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공의회에서 전통이 가톨릭 신앙의 중심이라는 사실 자체를 의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성경과 전통의 정확한 관계를 규정하는 문제는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공의회 이전에 가톨릭 신학에서는 흔히 성경과 전통을 계시의 두 개의 동등한 원천으로 말했으며, 교회는 그 두 원천에서 교리를 이끌어 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역사 연구는 이러한 성경과 전통의 분리된 이해가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post-Tridentine)의 발전일 뿐, 실제로 트리엔트 공의회 문헌 자체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신학위원회의 조정자였던 제라르 필립스가 지적했듯이, 이제 주교들은 성경과 전통의 관계라는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는데, 이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문제였다.

    “두 원천”이라는 표현이 폐기된 이후에도 중요한 질문들이 남아 있었다. 공의회는 어떻게 교회의 자기 이해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일치 운동(ecumenism)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전통을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 가톨릭 신학은 하느님의 계시 진리에 대해 성경의 물질적 충족성을 말할 수 있는가? 그렇게 한다면,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에 관하여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 일정한 공통성을 인정하게 되는가?

    바오로 6세 자신도 전통 문제에 대해 더 명확한 설명을 원했다. 그는 공의회 전 기간 동안 16개의 문헌이 압도적인 주교들의 찬성으로 통과되도록 노력했고, 실제로 그렇게 해냈다. 따라서 그는 특히 보다 보수적인 주교들이 제기한 신학적 우려에 매우 민감했다. “두 원천” 언어가 폐기되자 일부 주교들은 공의회가 전통의 중요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

    이에 교황은 신학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성경과 관련된 전통의 정확한 권위와 의미를 다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문헌 안에는 이미 성전(聖傳)에 대한 설명이 있었지만, 교황은 여전히 우려를 가진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 내용을 강화하기를 원했다.

    1965년 10월, 바오로 6세는 저명한 성경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 베아 추기경을 신학위원회에 파견하여 문헌을 개선하도록 했다. 베아는 전통에 관한 일곱 가지 가능한 문장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다음 문장을 선택하도록 권고했다.

    “교회가 계시된 모든 것에 대한 확신을 얻는 것은 성경만으로 부터가 아니다.” 이 문장은 오늘날 「하느님의 말씀」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신학자 칼 라너와 필립스는 베아의 개입이 위원회의 작업을 의심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이 문장은 신학적으로 건전했으며, 전통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가톨릭적 의미에서의 ‘오직 성경’(sola Scriptura)에 대한 이해 가능성도 열어 두어 교회 일치의 전망을 유지하게 했다.

    2013년 은퇴하기 불과 두 주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 논쟁을 회고하며 성경과 전통의 관계가 신학위원회에서 “격렬하게 논쟁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아가 제안하고 위원회가 채택한 그 문장은 “교회의 절대적 필요성을 보여 주는 결정적인 문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 문장은 전통의 의미, 곧 하느님의 말씀이 처음부터 생명을 얻어 살아 움직이는 살아 있는 몸으로서의 전통을 이해하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레오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을 설명하면서 시간 속에서 교리가 발전한다는 개념도 언급한다. 그는 헌장의 다음 문장을 인용한다. “사도들에게서 유래한 이 전통은 성령의 도움으로 교회 안에서 발전한다(proficit).”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따라서 하느님의 말씀은 화석처럼 굳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통 안에서 발전하고 성장하는 살아 있고 유기적인 현실이다.”

    이 대목에서라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마도 레랭의 빈첸시오를 인용했을 것이다. 그는 교리의 유기적 발전에 대해 명확히 말한 교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오 교황은 전임자와 달리 대 그레고리오, 아우구스티노,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근 교회 박사로 선포된 존 헨리 뉴먼을 인용한다. 뉴먼은 그리스도교가 시간이 흐르면서 동일한 정체성을 유지한 채 발전하는 역동적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레오 교황은 교리 발전을 매우 담담하게 설명하지만, 사실 공의회 문헌의 매끄러운 문장 뒤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 공의회 회의장에서 벌어진 격렬한 논쟁이 숨겨져 있었다.

    1964년 7월 주교들에게 보내진 보고서는 「하느님의 말씀」 초안을 설명하면서 전통을 “역동적 측면”에서 이해한다고 밝혔다. 즉 전통은 살아 있는 현실이며, 동시에 “언제나 자신의 원래 정체성을 유지하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신학위원회의 의도는 전통을 살아 있고 전진하는 현실로 인정하되, 그것이 본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변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부 주교들에게 “전통이 발전한다”거나 “전통이 전진한다”는 표현은 위험하게 보였다. 예를 들어 팔레르모의 루피니 추기경은 전통이 시간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어떠한 표현에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한 언어는 가톨릭 교리의 지속적인 안정성과 확고함을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여기 이 문헌에서는 트리엔트 공의회의 판단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변경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루피니는 계시에 관한 초안이 정확히 어떻게 트리엔트를 뒤집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사실 트리엔트 공의회는 교리 발전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루피니의 우려에 대응하여 몇 가지 소규모 수정이 이루어졌지만,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루피니는 레랭의 빈첸시오와 존 헨리 뉴먼을 더 깊이 연구했다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두 인물 모두 조화롭고 건축적인 발전, 곧 그리스도교 진리를 변형시키거나 바꾸지 않는 변화를 설명했기 때문이다.

    다시 레오 교황의 말을 반복하자면, 하느님의 말씀은 “전통 안에서 발전하고 성장하는 살아 있고 유기적인 현실”이다. 교황 레오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대한 지속적인 교리 교육은 앞으로도 많은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종적으로 공포된 공의회 문헌들은, 중요하고 지속적인 의미를 지닌 문제들에 대해 이루어진 치열하고도 때로는 격렬한 신학 논쟁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6-03-14 08:40]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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