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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한 사업가가 중국 공산당 정보기관과 연계된 인물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으며, 외국 세력의 영향력 행사에 대한 호주의 경계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호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사우스웨일스 지방법원 배심원단은 3월 13일(현지시간) 59세 사업가 알렉산더 체르고에게 ‘무모한 외국 개입(Reckless Foreign Interference)’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배심원단은 체르고가 접촉한 인물들이 중국 공산당 정보기관과 연계됐을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 보고서를 작성해 전달한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체르고는 과거 중국 상하이에서 사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으며, 2021년 11월 한 여성으로부터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연락을 받으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이 여성은 중국의 싱크탱크 관계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후 체르고는 ‘Ken’과 ‘Evelyn’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두 인물과 접촉하며 광업, 정치, 국방, 안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는 공개된 자료를 활용해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때로는 자신이 전 호주 총리 케빈 러드 등을 인터뷰했다고 주장하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보고서는 두 연락책에게 직접 전달됐으며, 이 과정에서 사람이 거의 없는 카페나 식당에서 수천 호주달러의 현금이 든 봉투를 교환하는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보고서에 포함된 정보 자체는 대부분 공개 자료에 기반해 큰 정보 가치가 없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체르고와 연락책 사이에 형성된 관계 자체가 외국 정보기관이 호주 내 인맥과 정보망을 구축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 측 변호사 제니퍼 싱글 SC는 최종 변론에서 “현금 지급액이 초기 약 1,000호주달러에서 6,000호주달러 이상으로 점점 증가했다”며 두 연락책과 체르고 사이의 신뢰 관계가 점차 강화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체르고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실제 기밀 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허위 또는 공개 자료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중국에서 감시를 받는 상황 때문에 두 연락책과의 관계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가 정말로 위협을 느꼈다면 호주 당국에 신고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중국으로 돌아가 관계를 지속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2023년 초 체르고가 호주로 귀국했을 때 ‘Ken’은 그에게 민감한 주제에 관한 연구 목록을 전달했다. 같은 해 3월 호주 정보기관과 경찰은 시드니 동부에 위치한 그의 자택을 급습해 관련 문서를 확보했다. 체르고는 이후 구금되었다가 2024년 6월 보석으로 석방되어 연로한 어머니와 함께 거주해 왔다.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을 내린 뒤 검찰은 체르고의 재구금을 요청했지만, 변호인 측의 반대와 사건의 복잡성을 고려해 크레이그 스미스 판사는 보석 조건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체르고는 주말 동안 하루 두 차례 경찰에 출석 보고를 해야 하며, 추가 심리는 3월 16일 오전에 열릴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2018년 호주가 외국 개입 방지법을 도입한 이후 연방 경찰 반외국 개입 전담반이 기소한 두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앞서 2024년 2월에는 화교 커뮤니티 지도자 두옹 디 산이 유사한 혐의로 2년 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최근 호주 정부는 중국 공산당의 해외 영향력 확대와 정보 활동을 국가 안보의 주요 위협으로 규정하고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판결 역시 외국 세력의 정치·정보 개입에 대한 호주의 경고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