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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가 평양시 락랑구역의 금연연구보급소 분소를 소개하며 금연 상담과 치료, 금연제품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선전했다. 겉으로는 주민 건강을 위한 금연 지원 사업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북한식 과학 선전의 한계와 보건 행정의 왜곡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보도에 따르면 금연연구보급소 락랑분소는 금연을 희망하거나 시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담과 치료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른바 ‘생물-량자공진진단기’를 도입했다고 한다.
이 기기는 인체가 내보내는 전자기파를 분석해 직접흡연과 간접흡연으로 인한 잠재 질병, 영양상태, 각 장기의 질병 상태, 칼슘·비타민·단백질 함량까지 1분 만에 그래프로 보여준다고 소개됐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오히려 북한 보건 선전의 허술함을 드러낸다. 흡연이 폐암, 심혈관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여러 중대 질환의 위험 요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금연의 필요성은 과학적 근거와 체계적인 상담, 약물치료, 지속적인 사후관리로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검증된 금연 프로그램의 성과보다, ‘1분 만에 온몸의 질병과 영양상태를 평가한다’는 식의 장비 홍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민 건강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금연 상담소 몇 곳을 선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본 의료체계의 정상화다. 북한 주민들은 의약품 부족, 영양 불균형, 의료 접근성 격차, 만성적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특정 분소의 장비 도입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주민 건강정책의 실질적 개선이라기보다 보여주기식 성과 선전에 가깝다.
특히 북한 당국은 담배 문제를 개인의 건강 문제로만 다루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국가가 담배 생산과 유통을 통제해 온 구조적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주민들에게 금연을 권고하면서도 체제는 담배 산업을 유지하고, 국가 재정과 유통 체계 안에서 담배를 관리해 왔다.
흡연 피해를 줄이겠다면 먼저 국가 차원의 담배 생산·판매 정책, 가격 정책, 청소년 흡연 방지, 공공장소 금연 집행, 의료 지원 체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선해야 한다.
또한 간접흡연 피해를 언급하면서도 북한 사회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노동환경 문제는 전혀 다루지 않는다. 밀폐된 생활공간, 환기 시설 부족, 공장과 작업장의 안전관리 미비, 공공시설의 위생 문제 등은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북한 매체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마치 한 대의 진단기와 상담 봉사만으로 건강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과학화’라는 표현도 비판적으로 보아야 한다. 북한은 각종 정책 선전에서 과학, 첨단, 현대화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지만, 실제로 주민들이 체감하는 보건 현실은 낙후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과학은 구호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데이터, 공개된 기준, 재현 가능한 결과, 전문 인력,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위에서 작동한다. 그러나 북한식 보도에는 장비의 객관적 성능, 진단 정확도, 임상 검증 여부, 치료 성공률, 상담 인력의 전문성, 이용 주민 수와 금연 성공률 같은 핵심 정보가 빠져 있다.
결국 이번 보도는 주민 건강 증진을 위한 진지한 보건 정책이라기보다, 체제가 주민을 얼마나 잘 돌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선전물에 가깝다. 금연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금연정책은 과장된 장비 홍보가 아니라 주민에게 신뢰받는 의료체계, 충분한 의약품, 전문 상담, 생활환경 개선, 투명한 보건 통계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주민 건강을 걱정한다면, 먼저 선전의 언어를 줄이고 현실의 고통을 직시해야 한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1분 만에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기계적 신비화가 아니라,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 믿을 수 있는 의약품, 충분한 영양, 안전한 생활환경, 그리고 국가가 책임지는 실질적인 보건 정책이다.
금연연구보급소의 선전은 화려할지 모르지만, 북한 주민의 건강권은 여전히 선전의 바깥에서 방치되고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