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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추모’라는 이름의 국가동원

2026-07-09 11:02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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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성 숭배가 가리는 북한 주민의 현실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관영매체가 김일성 사망 32주기를 맞아 “온 나라 인민이 가장 경건히 추모하였다”고 선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7월 8일 전국 각지의 기관, 공장, 기업소, 농장, 대학 등에 조기가 걸렸고, 주민과 군인, 청소년 학생들이 금수산태양궁전광장과 만수대언덕, 각지의 동상과 모자이크 벽화를 찾아 경의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북한 체제가 여전히 한 개인과 그 가문에 대한 숭배를 국가 운영의 핵심 장치로 삼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추모는 개인의 자유로운 기억과 양심의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북한에서 김일성 추모는 자발적 애도가 아니라 조직화된 충성 의례에 가깝다. 기관과 공장, 학교, 군부대, 가정에 이르기까지 전 사회가 하나의 정치적 의식에 동원되는 모습은 북한 주민들이 여전히 ‘시민’이 아니라 ‘수령 숭배 체제의 구성원’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특히 관영매체는 주민들이 기록영화 《만민이 우러러 칭송하는 우리 수령님》, 《어버이수령님 농업근로자들과 함께 계시여》, 《자력으로 승리떨쳐온 빛나는 력사》 등을 시청했다고 전했다.

이는 추모가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라 과거를 미화하고 권력을 정당화하는 사상교육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체제는 김일성을 ‘사회주의조선의 시조’로 신격화하고, 김정일을 거쳐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 권력을 역사적 필연처럼 포장한다.

문제는 이런 우상화가 북한 주민의 현실을 가린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겪는 식량난, 이동의 자유 제한, 표현의 자유 억압, 정치범수용소와 감시체계의 문제는 관영매체의 화면 속에서 철저히 사라진다.

대신 동상 앞 꽃바구니, 모자이크 벽화, 덕성발표모임, 충성의 문구만 반복된다. 주민의 삶을 개선해야 할 국가의 에너지와 자원이 한 가문의 영생 선전에 투입되는 셈이다.

북한은 김일성을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은 어버이수령”이라고 칭송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인민을 하늘처럼 여기는 체제라면, 주민에게 자유롭게 말하고 이동하고 신앙을 갖고 생계를 꾸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지도자 숭배를 강요하는 국가는 결코 인민 중심 국가가 될 수 없다. 지도자의 초상과 동상을 지키는 데는 온 힘을 쏟으면서 정작 주민의 생존과 존엄은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북한 체제의 가장 큰 모순이다.

김일성 사망 32주기를 맞은 북한의 대대적 추모 행사는 ‘경건한 추모’가 아니라 ‘계속되는 통치 의식’이다. 북한 당국은 과거의 권위를 빌려 현재의 권력을 유지하려 하지만, 세습독재와 우상화가 주민의 고통을 영원히 덮을 수는 없다.

북한에 필요한 것은 죽은 수령을 향한 끝없는 충성 행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주민들의 삶과 자유를 되찾는 근본적 변화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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