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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일본 가나가와중고 중급부 학생들이 처음 출전한 전국 영어토론대회에서 35개 팀 가운데 7위를 기록하고, 참가 학생 한 명이 ‘베스트 디베이터상’을 받은 것은 분명 축하할 만한 성과다.
토론 경험이 없었던 학생들이 꾸준한 연습을 통해 영어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상대방을 설득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성과를 소개한 보도는 학생들의 개인적 노력과 교육적 성취를 ‘민족교육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소재로만 소비하고 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다양한 시각과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는 영어토론 교육이 총련계 학교의 폐쇄적이고 정치화된 교육환경과 과연 양립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파라멘터리 디베이트는 참가자가 자신의 신념과 관계없이 찬성과 반대 입장을 배정받아 상대방의 논리를 분석하고 제3자를 설득하는 방식이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이해하고, 익숙한 주장도 의심하며, 권위 있는 견해에도 근거를 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교육을 진정으로 실천한다면 학생들은 영어토론대회에서 제시되는 사회·정치·윤리·국제 문제뿐 아니라 자신들이 배우는 역사와 정치교육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세습체제는 정당한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북한 주민이 겪는 인권침해에 대해 왜 침묵하는가, 재일동포 교육이 특정 정권과 정치조직의 논리에 종속돼도 되는가 같은 문제도 토론의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러나 보도에는 학생들이 정치적·역사적 문제에 대해 얼마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지, 학교가 서로 다른 관점과 반론을 실제 교육현장에서 어느 정도 허용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영어로 반대 논리를 구성하는 능력은 강조하면서도 학교와 총련,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적 질문은 금기의 영역으로 남겨둔다면 그 교육은 진정한 토론교육이라 할 수 없다.
이번 기사에는 “전국”이라는 표현에 일본식 따옴표가 사용됐다. 일본의 전국대회에 참가해 성과를 거두고도 그 사회와 제도를 거리 두어 표현하려는 태도는 총련계 매체와 교육이 여전히 학생들을 현실의 일본 사회와 분리된 정치적 정체성 속에 가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일동포 학생들에게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그러나 민족교육이 특정 정권에 대한 충성교육이나 정치적 선전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민족을 사랑하는 것과 북한의 세습독재를 옹호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영어토론대회 7위와 베스트 디베이터상은 학교나 정치조직의 업적이기에 앞서 학생들이 노력해 얻은 결실이다. 학생들의 성과를 진정으로 존중하려면 이를 체제 선전의 장식물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교실 안팎의 모든 문제를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나가와중고가 내년 대회의 우승을 목표로 삼는 것도 좋다. 하지만 더 중요한 목표는 학생들이 영어뿐 아니라 모국어로도 권력과 이념을 비판하고, 역사적 사실을 검증하며, 자신의 양심에 따라 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토론의 기술만 가르치면서 정작 가장 가까운 권위와 이념에는 질문하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비판적 사고교육이 아니라 정교하게 포장된 ‘반쪽 토론교육’에 불과하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