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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과 한국, 대만이 미국의 확장억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핵 반격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동아시아 민주 진영의 자체 방위력을 강화해 핵과 재래식 전력을 앞세운 전체주의 국가의 군사적 모험을 억제해야 한다는 전략적 제안이다.
왕다이와 야노 요시아키 전 일본 육상자위대 소장은 지난 7월 20일 일본 행복실현당과 민주중국전선이 공동 주최한 ‘국가안전보장 국제포럼’에 참석해 동아시아 안보구도의 변화와 핵 억지력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야노 전 소장은 일본이 독자적인 핵 반격 능력을 보유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한국과 대만도 이에 상응하는 억지력을 동시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을 비롯한 전체주의 세력의 군사적 팽창을 억제하려면 민주 진영의 핵심 국가들이 공격을 당했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부과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는 논리다.
흔들리는 확장억제 신뢰성
미국은 현재 한국과 일본에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동아시아에서 복합적인 군사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억지력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도 즉각적이고 확실하게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동중국해와 제1도련선 일대에서 군사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북한 역시 핵탄두와 탄도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전략적 결단만을 기다리는 구조는 대응 지연과 신뢰성 저하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 야노 전 소장의 진단이다. 미국이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자국 도시가 핵 공격을 받을 위험까지 감수할 것인지에 대한 이른바 ‘핵우산의 신뢰성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침략 비용을 확실하게 높여야”
핵 억지론의 핵심은 상대를 선제공격하는 데 있지 않다. 공격을 감행하면 자신도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전쟁 자체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야노 전 소장은 한국과 일본, 대만이 핵 반격 능력을 갖출 경우 중국과 북한 등 전체주의 국가들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위험을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한적 도발이나 봉쇄, 기정사실화를 누적시키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도 파괴적인 보복 가능성이 분명할 때는 실행하기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구상은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형성됐던 상호확증파괴 개념을 동아시아의 제한된 지역적 조건에 맞게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공격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치러야 할 비용이 훨씬 크도록 만들어 군사적 현상 변경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중동식 핵확산과는 다르다는 주장
한국과 일본, 대만의 핵무장이 현실화할 경우 동아시아에서 무질서한 핵확산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핵확산금지조약 체제의 약화와 주변국의 추가 핵무장, 군비경쟁 심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포럼 참석자들은 동아시아 민주국가들의 핵 반격 능력 구축을 중동의 핵 경쟁과 동일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 대만은 민주적 통제제도와 비교적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영토 확장이나 지역 패권을 추구하기보다 외부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적 전략문화를 지니고 있다는 설명이다.
핵 능력의 목적과 사용 조건을 명확하게 제한하고 상호 협의와 공동 통제체계를 마련한다면, 핵무장이 무질서한 확산이 아니라 ‘민주 방위선’을 강화하는 억지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만은 국제적 지위와 양안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핵 능력 확보를 추진하는 순간 중국의 강력한 군사·외교적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역시 국제조약, 국내 여론, 주변국과의 관계, 미국과의 동맹구조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실제 정책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군사기술보다 정치적·외교적 난관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의존 넘어 자주적 억지 논의해야
이번 주장은 미국과의 동맹을 폐기하자는 의미보다는 동맹의 억지력을 보완할 독자적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에 가깝다. 동아시아의 안보를 워싱턴의 의지와 판단에만 전적으로 맡겨서는 안 되며, 당사국들도 스스로 방어할 능력과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국제질서는 어느 한 강대국의 독점적 힘만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냉전질서의 형성 역시 미국과 소련,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와 힘의 균형이 충돌한 결과였다.
오늘날 동아시아의 안보구도 역시 미국의 절대적 우위만을 전제로 설계하기 어렵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핵무장,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 강화는 기존 확장억제 체제에 새로운 부담을 주고 있다.
핵무장론, 평화 위한 억지인가 군비경쟁의 출발인가
야노 전 소장의 제안은 동아시아 안보논쟁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핵 반격 능력은 공격을 억제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오판이나 사고, 선제공격의 유혹을 키워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킬 위험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핵무장 여부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민주국가들이 변화한 안보환경에 맞는 실질적 방어전략을 갖추고 있느냐에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을 강화하는 방안, 재래식 정밀타격 능력과 미사일방어체계 확충, 핵 공유 또는 공동기획, 독자 핵무장까지 다양한 대안을 공개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체주의 국가의 핵과 군사적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군축이나 선의에 기대는 것만으로 평화를 보장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통제되지 않은 핵확산 역시 동아시아 전체를 더욱 위험한 군비경쟁으로 몰아갈 수 있다.
이번 국제포럼에서 제기된 한·일·대만의 핵 반격 능력론은 바로 이 두 위험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으려는 문제 제기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침략자가 공격을 감행할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한 방어력과 보복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동아시아 안보담론의 중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