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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이른바 ‘조국해방전쟁승리 73돌’을 앞두고 평양 주재 외교단 성원들을 전승혁명사적지에 불러들였다. 조선중앙통신은 외교관들이 김일성의 “천재적인 군사사상과 비범한 전략전술”을 찬양하고, 북한의 승리 역사가 대를 이어 계속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객관적인 역사 참관이라기보다 북한 정권이 만들어 놓은 전쟁 신화를 외국 외교관들의 이름을 빌려 재확인하는 정치행사에 가깝다. 전쟁의 발발 원인과 과정, 수많은 민간인의 희생과 한반도 전체가 입은 참혹한 피해는 사라지고, 오직 김일성 한 사람의 영도와 ‘백전백승’만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6·25전쟁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총성이 멈췄을 뿐, 어느 한쪽의 완전한 군사적 승리로 끝난 전쟁이 아니다. 더구나 북한이 주장하는 ‘제국주의 연합세력에 대한 승리’라는 표현은 전쟁을 일으킨 책임과 중국군의 대규모 참전, 소련의 군사적 지원을 의도적으로 감추는 정치적 구호다.
전쟁의 실상을 지우고 정전협정 체결을 일방적인 승리로 포장하는 것은 역사교육이 아니라 체제 정당화를 위한 기억의 조작이다.
김일성을 ‘강철의 영장’으로 신격화하는 서술 역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와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한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이산가족이 생겨났으며, 한반도의 분단은 더욱 고착됐다.
그럼에도 북한의 전쟁기념 공간에서는 누가 전쟁을 시작했는지, 왜 주민들이 그토록 큰 희생을 치러야 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찾아볼 수 없다.
외교단 인사들의 감상문을 길게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라오스 대사의 김일성 찬양, 중국 대사의 ‘피로써 맺어진 친선’ 강조,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의 영웅적 위훈 언급은 서로 다른 국가 외교관들의 독립적인 역사평가라기보다 북한이 원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반복하는 형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측 인사들이 ‘평화 수호’를 언급한 대목은 현실과 심각한 모순을 드러낸다. 중국은 6·25전쟁에 군대를 보내 전쟁을 장기화한 당사국이며, 러시아는 오늘날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쟁과 군사적 결속을 미화하면서 동시에 평화와 인민의 복리를 말하는 것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북한 정권이 진정으로 전쟁의 교훈을 계승하려 한다면 지도자의 군사적 업적을 과장할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사람을 기억하고, 전쟁 발발과 참전 과정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전쟁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핵무기와 미사일, 군사적 대결의 언어가 아니라 책임 있는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전승’이라는 이름 아래 전쟁을 지도자 숭배의 자산으로 이용하고 있다. 외교단의 참관과 찬양문까지 동원한 이번 행사는 국제적 공인을 얻은 승리의 기념이 아니라, 고립된 체제가 외부 인사들의 목소리를 빌려 스스로의 전쟁 신화를 강화하려는 선전전에 불과하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한 사람의 영웅 신화를 쌓는 동안, 정작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주민들의 고통과 평화에 대한 권리는 또다시 역사에서 지워지고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