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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425] 세우타의 『성인들의 진영』순간 - ②

2026-08-09 07:22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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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선 핀코스키 Nathan Pinkoski is senior fellow at the Center for Renewing America. 미국재건센터 선임연구원


전후주의가 번성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끝이 없는 인도주의적 의무와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never again)”는 도덕주의가 최근에 이루어진 법률의 변화를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선진국인 ‘제1세계’ 국가이므로 미성년자들을 모로코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스페인 국가는 그들을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미성년자들을 출신국의 친척들에게 돌려보낼 수 없다거나, 그들의 출신국이 그들의 필요를 충족해 줄 수 없다는 의심스러운 전제들은 아예 문제 삼지 않는다.

2000년 스페인은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의 송환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규제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양국 간 송환협정을 협상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2007년 스페인과 모로코는 실제로 그러한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2024년 스페인 대법원은 이를 뒤집어 버렸다. 이제 모로코는 자국 미성년자들을 돌려받고 싶어도 그들의 송환을 요구할 법적 수단이 없다. 스페인은 그들을 계속 받아 두고 납세자의 비용으로 양육한다.

산체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이 더 확대되도록 부추긴다. 이번 주 초 정부는 현재 집계된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 862명, 즉 젊은 남성들을 지원하고 숙박시키며 교육하기 위해 세우타에 추가로 2천5백만 유로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이들이 스페인 전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체류 신분을 합법화하며, 궁극적으로 시민권까지 취득하게 해줄 준비가 되어 있는 거대한 법률적 장치가 존재한다. 이 젊은 남성들은 이곳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친척들이 뒤따라올 것이다.

둘째, 전후주의가 번성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의무를 이행할 책임을, 유럽연합의 엘리트들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바로 그 법률에 구속되지 않는 다른 나라들과 기관들에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의 이주민 위기는 유럽이 터키에 돈을 지불해 이주민들을 터키에 붙잡아 두기 시작하면서 막을 내렸다.

나토(NATO) 역시 또 하나의 책임 전가 수단을 제공한다. 2016년부터 유럽 국가들의 함정들은 나토의 감독 아래 에게해를 순찰하고 있다. 망명 신청과 추방에 관한 유럽연합 법률은 나토 깃발 아래 운항하는 함정에는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주민 선박을 신속하게 식별하고 에게해에서 제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러면 나토 회원국이지만 유럽연합 회원국은 아닌 터키가 이주민들을 거두어 갈 수 있으며, 그 결과 이주민들은 애초에 유럽연합의 관할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터키는 이러한 노력의 대가로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 힘이 약한 다른 나라들은 또 다른 협상 전략을 사용한다. 모로코는 2021년 서사하라를 둘러싼 오래된 영토분쟁에서 스페인이 모로코 편을 들도록 만들기 위해 수천 명의 이주민을 세우타로 보내며 이주 문제를 무기화했다. 그 전략은 성공했다. 이제 유럽연합은 국경 통제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모로코에 수백만 유로를 제공한다.

모로코 정부는 지원금이 너무 적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흑인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이유는 카사블랑카에서 잠시 머물고 싶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유럽연합과 스페인의 느슨한 법적 환경을 이용할 적절한 기회를 기다리기 위해 그곳에 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기다리는 동안, 그들은 모로코의 골칫거리가 된다. 유럽연합에 들어갈 적절한 기회가 생기면 이주민들은 쉽게 집결한다. 전후주의의 이념가들이 자신들의 신념이 낳은 결과와 마주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디지털 혁명이다.

애매한 법원의 판결 하나, 혹은 연설 한마디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고, 유럽에 즉시 들어갈 수 있다는 소문이 수백만 명 사이에서 확산된다. 활동가들과 인신밀입국업자들은 이동과 집결, 입국 전략을 조직하는 일을 돕는다. 국경이 열렸다는 메시지를 퍼뜨리는 자동화 계정들도 순식간에 생겨난다.

스페인과 유럽의 입법자들은 이 모든 악순환을 부추긴 책임을 져야 한다. 잘못된 법률이 만들어 내는 유인책을 직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럽 각국과 유럽연합은 유럽의 이주민 문제를 국경 밖에 붙잡아 두기 위해 다른 나라들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그 국경 국가들, 혹은 그 국가 내부의 특정 세력들에게 엄청난 지렛대를 쥐여준다.

지난주의 위기에서 모로코 정부는 최초의 이주민 집결을 방관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모로코 측이 스페인 정부에 대규모 유입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보도도 있다. 또한 모로코는 어떠한 지정학적 협상도 요구하지 않은 채 이주민들을 철수시키는 데 협조했다. 이는 이번 사건이 처음부터 계획된 교란 전략은 아니었지만, 국가 내부의 한 세력이 이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지네브 리부아는 이 사건이 모로코 왕정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기 위한 이슬람주의 세력의 캠페인의 일부이며, 다음 달 선거에 맞추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새로운 기술 환경 속에서 국경 통제를 집행하고, 입국을 억제하며, 망명 신청의 통로를 좁히기를 꺼리는 태도는 유럽의 적대 세력들이 이용할 수 있는 취약점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브뤼셀은 국경 통제의 취약성을 직시하는 대신 하나의 답을 내놓는다. 허위정보를 탓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책임을 회피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러시아인이나 미국인들이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는 식으로 암시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브뤼셀이 국경 통제의 집행을 주저하는 동안, 유럽연합은 자신의 정보 통제 모델을 국경 밖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운다.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DSA)의 설계자로 불리며, 미국 기업들을 검열하려는 그의 제안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까지 받았던 티에리 브르통은 모로코가 유럽연합으로부터 계속 국경 통제 지원을 받고 싶다면 DSA의 지배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원금에 조건을 붙이는 것은 유럽연합의 정보 제국을 확대하기 위해 익숙하게 사용되는 전략이다.

이주민 위기에 대한 유물론적 설명을 접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유럽에는 값싼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병들어 가는 복지국가를 떠받칠 새로운 납세자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명은 제3세계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러한 설명들은 이주민 위기를 기술관료적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 기술적 문제로 바라본다. 비인격적인 관료기구들이 더 많은 돈을 뿌리고 해외 원조를 더 많이 약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사회복지 혜택을 줄이거나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경제가 더 성장하기만 하면 이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에도 이와 비슷한 담론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물론적 설명 가운데 어느 것도 2015년 이후 벌어진 대규모 이주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성인들의 진영』은 이 위기의 뿌리에 놓여 있는 것이 물질적 문제가 아니라 영적 질병(spiritual sickness)임을 보게 해준다.

유럽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은 도덕적 순수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동안, 그 세계관이 만들어 내는 부담과 비용은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겨진다. 그리고 유럽의 도시와 공동체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지켜 줄 수 있는 법률들은 끝내 제정되지 않는다. 그동안에도 이주민들은 계속해서 들어온다.

세우타에 있는 스물세 살의 이주민 모하메드 하트리(Mohamed Hatri)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우리가 먹을 것을 살 수 없도록 모든 것을 닫아 버렸습니다. 우리를 고국으로 돌아가게 만들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들이 모든 것을 닫는다 해도... 우리는 여기 남을 겁니다. 굶주리든 말든 말입니다.”

그의 결의와 유럽의 책임 포기 사이에, 우리의 ‘포스트-서구(post-Western)의 미래’가 놓여 있다. <끝>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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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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