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가 개성의 ‘고려인삼문화관광지’를 소개하며 관광객들이 역사와 인삼문화를 체험하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고려의 옛 수도라는 역사적 가치와 개성고려인삼의 전통을 결합해 관광상품으로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문화유산과 지역 특산품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일 자체는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북한이 이런 관광지를 소개하는 방식과 그 뒤에 가려진 현실이다.
북한 매체는 수천 년의 인삼 재배 역사, 인삼포전, 관광 안내원의 해설 등을 강조하며 개성이 마치 활기찬 국제관광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듯 묘사한다. 그러나 관광지의 화려한 설명만으로 북한 경제와 주민 생활의 실상을 가릴 수는 없다.
관광산업이 정상적으로 발전하려면 자유로운 이동과 정보 접근, 안정적인 교통·통신 인프라, 투명한 결제 시스템, 국제적인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관광객이 원하는 장소를 자유롭게 찾아가고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관광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정한 동선과 안내, 통제된 장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성격이 강하다.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것은 결국 당국이 보여주기로 결정한 북한의 일부일 뿐이다.
개성의 역사적 가치 역시 체제 선전의 소품으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 개성은 고려 왕조의 수도였으며 한반도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도시다. 고려인삼 또한 한반도의 대표적 전통 상품이다. 이런 유산은 특정 정권의 성과물이 아니라 오랜 세월 한민족 전체가 축적해 온 공동의 문화자산이다.
그럼에도 북한 매체는 관광시설 하나를 소개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체제의 성과와 국가의 우월성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주민의 실제 생활이나 지역경제의 자생력보다 ‘잘 꾸며진 관광지’를 앞세우는 것은 북한 선전매체에서 반복돼 온 익숙한 방식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관광지와 주민 생활 사이의 간극이다. 관광객을 위한 인삼포전과 문화시설을 아무리 정갈하게 꾸며도 주민들의 식량·의료·주거·전력 사정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가 발전의 증거가 될 수 없다.
관광객이 하루 동안 둘러보는 모범 공간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365일 살아가는 일상의 조건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개성고려인삼을 세계적인 관광·수출 상품으로 키우고 싶다면 필요한 것은 선전문구가 아니다. 생산과 유통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국제 기준에 맞는 품질관리 체계를 마련하며, 외부 관광객과 투자자들에게 투명성과 신뢰를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관광 수입과 지역경제의 성과가 주민들의 생활 향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고려인삼은 분명 세계에 내놓을 만한 훌륭한 문화·경제 자산이다. 개성 역시 역사도시로서 충분한 관광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유산도 폐쇄와 통제, 선전의 틀 속에 가두면 제대로 된 가치를 발휘하기 어렵다.
북한이 자랑해야 할 것은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조성한 하루짜리 관광코스가 아니다. 주민들이 자유롭고 안정된 삶을 누리고, 지역의 역사와 특산품으로 스스로 소득을 올리며, 그 성과를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일상이어야 한다.
‘고려인삼문화관광지에서의 하루’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그 관광지를 떠난 뒤, 개성 주민들의 하루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