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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러시아 실습선에 보여준 ‘선택된 원산’

2026-08-18 23:06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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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청소년 교류로 포장되는 북러 밀착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러시아 교육실습용 범선 ‘팔라다’호 선원과 실습생들의 원산 방문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며 북러 친선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이 외국 방문객들에게 보여준 것은 원산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이라기보다 체제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엄선된 시설과 관광지였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팔라다호 성원들이 원산 시내 여러 곳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방문단은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를 시작으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갈마식료공장을 둘러보고 강원도예술단 공연을 관람했다. 원산지역 대학생들과 체육경기도 진행했다.

통신은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를 “종합적인 과외교양기지로 훌륭히 꾸려진 야영소”라고 소개하면서 여러 나라 학생들이 즐거운 야영생활을 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정작 북한의 일반 학생과 주민들이 이러한 시설을 얼마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지, 이용 대상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방문 역시 비슷한 성격을 띤다. 북한이 최근 국가적 관광사업의 대표적 성과로 내세우는 곳을 외국 방문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발전된 북한’의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식료공장까지 참관 코스에 포함한 것도 북한의 생산·생활 기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전형적인 선전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보여주기식 참관’에서 주민의 실제 생활이 철저히 배제된다는 점이다. 관광지와 야영소, 예술공연, 식료공장을 차례로 보여주는 동안 일반 주민의 주거지역이나 시장, 실제 노동현장과 생활환경은 등장하지 않는다. 외국인이 보는 북한과 주민들이 살아가는 북한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는 확인할 방법조차 없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선원뿐 아니라 러시아의 젊은 실습생들이 북한 대학생들과 직접 체육경기를 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북러 관계를 정상급 회담이나 군사·외교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청년·교육·문화 교류로까지 확대해 양국 관계의 ‘일상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통신이 이들의 체육경기를 두고 “친선의 정을 두터이 하였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체육과 문화라는 비교적 부담이 적은 교류를 통해 러시아 젊은 세대에게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북한 내부에는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선전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셈이다.

교육실습선의 항구 방문과 학생 간 교류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국가 간 청소년·문화 교류는 본래 상호 이해를 넓히는 긍정적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교류라면 상대방에게 잘 꾸며진 관광시설과 공연만을 보여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까지 자유롭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팔라다호 성원들이 본 원산은 북한 당국이 보여주기로 결정한 원산이었다.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의 화려한 시설도, 원산갈마의 해변도, 예술단의 공연도 북한의 한 모습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북한 주민 전체의 삶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북한이 진정으로 러시아 청년들에게 자신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다면 준비된 ‘모범 코스’ 밖의 원산도 공개해야 한다. 주민들이 어디에서 살고 무엇을 먹으며, 젊은이들이 어떤 꿈을 꾸고 얼마나 자유롭게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지까지 보여주는 것이 진짜 교류다.

외국 손님에게 보여주는 화려한 원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평범한 일상이다. 북러 친선을 아무리 강조해도 주민의 삶과 자유가 빠진 ‘친선의 풍경’은 결국 체제 선전을 위해 연출된 한 장면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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