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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해외여행자 보험 내놓은 북한

2026-09-02 22:57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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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방’ 아닌 특권층·외화벌이의 또 다른 얼굴

지난 6월 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맞이하는 모습
지난 6월 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맞이하는 모습.

북한이 최근 해외로 나가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여행자 보험 상품을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러시아·중국 등 이른바 ‘우호국’과의 교류 확대에 따른 해외 여행객 증가를 그 배경으로 내세웠지만, 이를 북한 사회의 개방이나 주민 생활수준 향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보도에 따르면 조선국영보험공사(KNIC)는 지난 8월 24일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해외여행 중 신체적 상해를 입은 북한 주민에게 보상하는 여행자 보험 상품을 내놓았다.

보험 적용 기간은 여행객이 항공기 등 교통수단에 탑승하는 시점부터 해외 일정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와 교통수단에서 내릴 때까지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북한 주민과 북한에 체류하는 외국인도 일부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우리의 주권을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접근하는 해외 국가들과의 협력과 경제적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해외 여행객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에서 일반 주민의 자유로운 해외여행은 사실상 허용되지 않는다. 출국 자체가 당국의 철저한 심사와 허가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사람들도 외교관·무역일꾼·유학생·파견 노동자와 정치적 신뢰를 받은 일부 계층에 집중돼 있다.

결국 ‘해외 여행객 증가’를 이유로 내놓은 보험 역시 북한 주민 전체를 위한 보편적 금융상품이라기보다는 해외 이동이 가능한 특권층과 국가가 관리하는 특정 인력들을 위한 상품일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출신 한국학자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역시 이번 상품이 북한 상류층을 겨냥한 것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보험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조차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험료가 얼마인지, 사고 발생 시 보상금 상한액이 얼마인지, 해외 파견 노동자가 작업장에서 다쳤을 경우 산업재해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지 등이 모두 불분명하다.

정상적인 보험상품이라면 가입자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핵심 정보들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보험 출시’라는 사실만 선전하고 정작 주민에게 필요한 조건은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이는 북한 경제가 여전히 투명성과 계약이라는 시장의 기본 원칙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보여준다.

더구나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경우 이번 상품이 실질적인 보호장치가 될지도 의문이다. 북한의 해외 파견 인력은 임금의 상당 부분을 국가기관에 상납하고 엄격한 통제를 받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형식적인 여행자 보험보다 정당한 임금 지급과 노동권, 자유로운 이동, 사고 발생 시 충분한 의료보장이다.

북한이 여행자 보험을 출시한 또 다른 배경으로는 사실상 붕괴한 무상치료제 문제가 거론된다. 북한은 오랫동안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면서 주민 누구나 돈을 내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의료시설과 의약품 부족, 환자의 개인 부담 증가 등으로 무상치료제가 상당 부분 유명무실해졌다는 증언은 끊이지 않았다.

그런 북한이 이제 해외에 나가는 일부 주민에게 돈을 받고 별도의 의료·상해 보험을 판매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기존 사회주의 의료보장체계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 주민에게 발급하는 비자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도 이번 보험 출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러시아가 북한 주민에게 발급한 비자는 3만6천여 건에 달해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는 교육 목적 비자로 분류되고 있지만 실제 체류 목적과 활동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 역시 해외 교류 확대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북·중, 북·러 교류가 확대된다고 해서 북한 주민에게 자유로운 해외여행의 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흐름은 북한이 러시아·중국과의 밀착을 통해 필요한 인력과 외화를 이동시키는 통로를 확대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진정한 의미의 여행자 보험은 여행의 자유가 있는 사회에서 의미를 갖는다. 국민이 자유롭게 여권을 만들고, 스스로 여행지를 선택하고, 필요에 따라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정상적인 여행의 모습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에게 해외여행은 여전히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특권에 가깝다. 북한 당국이 ‘해외 여행객 증가’를 자랑하기 전에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평범한 주민이 아무런 정치적 제약 없이 중국이나 러시아는 물론 세계 어느 나라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오’인 한, 이번 여행자 보험은 북한의 개방을 상징하는 상품이 아니다.

오히려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극소수와 그렇지 못한 대다수 주민 사이의 격차, 그리고 국가가 책임진다고 선전해 온 의료복지의 붕괴를 동시에 보여주는 또 하나의 북한식 역설에 가깝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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