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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제15차 전국교원대회를 열고 이른바 ‘세계적인 교육강국’ 건설을 선언했다.
그러나 북한 매체가 전한 대회 내용을 들여다보면 학생 개개인의 창의성과 인격을 키우는 교육보다 노동당과 김정은 체제에 충성하는 ‘혁명인재’를 양성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교육을 국가의 미래라고 강조하면서도 그 미래의 기준을 다시 ‘수령과 당에 대한 충성’으로 규정한 셈이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신보에 따르면 제15차 전국교원대회는 2일 평양에서 개막했으며 김정은이 직접 참석해 연설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를 “교육혁명을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심화시키는 역사적 대회”라고 선전하면서 지난 7년간 교육의 체계와 구조, 내용과 방법, 환경에서 “현격한 변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교육을 “어느 분야보다 뒤질 수 없는 국가적인 제일중대사”라고 강조하고, 북한 교육을 “누구나 부러워하고 받고 싶어 하는 최고의 교육”, “세계 일류급 교육”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문제는 북한이 말하는 ‘최고의 교육’이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하는 점이다. 대회 보고문은 학생들을 “혁명실천에 이바지하는 튼튼한 인재”로 키워야 한다고 규정했다. 교원들에게는 ‘인재교육전선의 전초병’, 심지어 ‘직업적 혁명가’라는 표현까지 동원됐다.
교사의 본분을 학생의 학문과 인격을 지도하는 교육자로 보기보다 체제의 사상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정치적 수행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이 아니라 사실상 ‘사상 재생산 체계’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전국교원대회 역시 김정은 개인숭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보도문 상당 부분은 교육정책 자체보다 김정은의 “탁월한 사상과 영도”, “열화의 사랑”, “불멸의 업적”을 찬양하는 데 할애됐다.
김정은이 등장하자 “열광의 환호성이 장내를 진감했다”, 참가자들이 “최대의 경의와 영광을 삼가 드렸다”는 식의 전형적인 우상화 표현도 반복됐다.
심지어 교원대회를 결산하는 박태성 총리의 보고에서도 지난 7년간의 교육 성과를 사실상 모두 김정은의 지도력 덕분으로 돌렸다. 교육 현장의 교사와 학생이 주체가 돼야 할 자리가 최고지도자의 은덕을 찬양하는 정치행사로 변질된 모습이다.
북한은 도시와 농촌 간 교육수준 격차를 줄이고 교육토대를 현대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구체적인 교육 성취도나 학생들의 학업 수준, 교사 처우, 학교별 시설 격차, 교육예산 등 객관적인 지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세계적인 교육강국”, “인재강국”, “교육발전의 전성기” 같은 선전성 구호만 반복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교육성과를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무엇보다 현대 교육의 핵심은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비판하며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그러나 수령의 사상과 당의 노선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사회에서 자유로운 질문과 비판적 사고가 얼마나 허용될 수 있는지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김정은은 교사를 “생을 다듬어 키워주는 은인”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정작 북한이 교사에게 요구하는 역할은 지식을 가르치는 스승을 넘어 체제에 충성하는 ‘혁명가’다.
교육의 이름으로 충성을 가르치고, 인재양성의 이름으로 사상적 획일화를 요구하면서 ‘세계 일류급 교육’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진정한 교육강국은 최고지도자를 가장 크게 찬양하는 나라가 아니다. 학생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고, 교사가 정치권력의 지시가 아니라 학문과 양심에 따라 가르칠 수 있는 나라다.
북한이 아무리 ‘교육혁명’을 외쳐도 교실의 최종 목적이 김정은 체제의 영속이라면, 그 교육은 미래를 여는 교육이 아니라 체제를 다음 세대로 복제하는 수단에 머물 수밖에 없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