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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역사는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사회에 같은 질문을 다시 던진다. 지금 대한민국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 있다. 천안함이다.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해군 천안함이 침몰해 장병 46명이 전사했다. 이후 민·군 합동조사단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천안함이 북한에서 제조된 어뢰의 수중폭발로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법원 역시 이후 관련 재판에서 천안함이 수중폭발로 절단됐고 북한에서 제조된 CHT-02D 또는 같은 계열의 어뢰가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우리가 천안함과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은 폭침 자체만이 아니다. 사건 직후부터 대한민국 사회를 뒤덮었던 온갖 의혹과 음모론,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극심한 국론 분열도 기억해야 한다. 국가안보와 장병들의 희생이라는 엄중한 문제마저 정치적 진영논리에 휘말렸고, 북한의 책임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갈라놓았다.
그런데 16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그림자가 다시 어른거리고 있다.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우리 군 장병 3명이 부상했다. 이후 군과 유엔군사령부의 현장 조사 과정에서 북한군이 사용하는 수지제 대인지뢰가 추가로 발견됐으며, 국방부는 지뢰가 자연적으로 떠내려온 것이 아니라 북한군이 매설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같은 만행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응은 더욱 심각하다. 북한 김여정은 30일 담화를 통해 이번 사건을 남측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북한의 책임을 부인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군이 실사격에 나설 경우 즉각적인 보복을 하겠다며 군사적 위협까지 제기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천안함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안보 사건은 추측으로 규정해서도 안 되지만, 정치적 부담 때문에 진상 규명을 늦춰서도 안 된다. 정부와 군은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지뢰의 종류와 제조 주체, 매설 위치와 시점,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고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북한의 책임이 확인된다면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국제사회와 함께 명확하게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위협 때문에 조사와 발표가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북한이 부인한다고 대한민국이 주저하고, 북한이 위협한다고 우리 장병의 안전과 영토 수호에 관한 원칙을 낮춘다면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정부의 첫 번째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북한과의 긴장을 관리하고 우발적인 군사충돌을 막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긴장 관리와 책임 규명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정확한 사실 규명과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오판과 추가 도발을 막을 수 있다.
지금 당장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의혹을 덮는 것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증거를 공개하고 사실을 규명하며 책임을 묻는 것이다.
천안함 폭침 이후 우리는 너무나 비싼 대가를 치렀다. 장병들의 희생뿐 아니라 사실을 둘러싼 끝없는 논쟁과 불신으로 사회적 비용까지 감당해야 했다. 그 역사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번 DMZ 지뢰 사건이 북한군의 의도적인 매설에 따른 것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정부는 북한에 명확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국제사회 및 유엔사와의 공조를 통해 정전협정 위반 문제 역시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 동시에 우리 장병들이 다시는 같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DMZ 작전·수색 체계와 지뢰 탐지 능력을 철저히 보강해야 한다.
사실 앞에서 머뭇거리지 말라. 장병의 희생 앞에서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말라. 국가안보에는 두 번째 기회가 없다.
천안함 폭침을 기억하라.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