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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단군 기리는 개천절 행사

2026-10-05 23:41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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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군릉 행사에서 김일성·김정일 업적 부각.. 김정은 ‘자력부흥’ 선전으로 이어져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민족의 시조 단군을 기리는 개천절 행사에서도 김씨 일가에 대한 찬양을 앞세웠다. 민족 공동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되새겨야 할 기념행사가 세습 권력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선전 무대로 활용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의 10월 4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3일 단군릉 앞에서 개천절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김형식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전승국 내각부총리, 관계 부문 관계자, 평양시 근로자와 북한에 체류 중인 해외동포 등이 참석했다. 단군제에 이어 황광일 역사유산보호국장이 기념보고를 했다.

그러나 통신이 전한 기념보고의 중심은 단군과 고조선의 역사적 의미보다 북한 지도자들의 ‘업적’이었다. 황 국장은 김일성과 김정일이 단군을 “찾아주시고” 단군릉을 개건해 반만년의 민족사를 빛냈다고 주장하며 두 사람의 “불멸의 업적”을 칭송했다.

이러한 서술은 민족사의 주체를 뒤바꾸는 정치적 수사다. 단군과 고조선에 관한 역사적 탐구, 문화유산의 보존은 학문과 공공의 영역이다. 이를 특정 지도자가 민족의 시조를 찾아주고 역사를 빛내준 것처럼 표현하면, 오랜 민족사마저 통치자의 은혜로 설명하는 구조가 된다.

문화유산 정비의 성과가 있더라도 그것이 곧 지도자 개인에 대한 숭배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유산의 역사적 의미와 보존 가치를 설명하는 일보다 지도자의 공적을 앞세우는 태도는, 역사유산 보호가 권력 선전에 종속돼 있음을 보여준다.

기념보고는 김일성·김정일 찬양에 그치지 않았다. 황 국장은 김정은의 “노숙하고 세련된 영도” 아래 북한이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을 추진하며 “자력부흥의 위대한 새시대”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단군을 기리는 행사에서 현 지도자의 통치 성과를 강조하며, 민족의 기원과 현재의 세습 권력을 하나의 찬양 서사로 연결한 셈이다.

반면 이번 보도에는 ‘자력부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경제 지표나 주민 생활 개선의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행사 참석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나 역사적 논의도 소개되지 않았다. 통신이 전한 것은 지도자의 업적과 영도를 칭송하는 선언이었다.

해외동포의 참석을 부각한 대목 역시 주목된다. 민족 공동의 문화유산을 매개로 한 행사가 김씨 일가의 업적 선전으로 채워질 경우, 민족적 유대감까지 정권에 대한 지지와 연결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민족의 역사에 대한 존중과 특정 정권에 대한 충성은 구별돼야 한다.

개천절은 어느 통치자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날이 아니다. 북한이 민족사를 존중한다면, 단군을 기리는 자리에서부터 역사와 권력 숭배를 분리해야 한다. 반만년의 역사는 김씨 일가의 업적을 장식하는 배경이 아니라, 민족 모두가 함께 기억하고 탐구해야 할 공동의 유산이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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