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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 정보수장, 간첩 혐의로 체포

2026-10-11 21:43 | 입력 :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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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BND 국장 한닝, 기밀 입수·외국 정보기관 활동 혐의로 구금
- 내부 문서 약 2,000건 전달 의혹.. 최고위직 보안 관리에 경고

전 독일연방정보국BND 아우구스트 한닝80 국장
전 독일연방정보국(BND) 아우구스트 한닝(80) 국장 

독일의 대외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을 이끌었던 아우구스트 한닝(80)이 간첩 활동과 국가기밀 관련 범죄 혐의로 체포됐다.

국가안보의 최전선에 있었던 전직 정보수장이 수사 대상이 되면서, 독일 정보기관의 내부 통제와 퇴직 고위직의 민간 자문 활동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독일 연방검찰청은 10월 6일 한닝과 그의 전 사무실 책임자 만프레트 D.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한닝에게는 국가기밀 탐지·수집, 국가반역 미수, 외국 정보기관을 위한 활동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두 사람은 이후 법원의 결정에 따라 재판 전 구금 상태에 들어갔다. 한닝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BND 국장을 지냈으며, 이후 연방 내무부 사무차관으로 근무했다.

퇴직한 정보수장에게 흘러간 내부 문서

독일 공영방송 ARD와 NDR·WDR, 쥐트도이체차이퉁의 공동 취재에 따르면, 만프레트 D.는 금전을 받고 한닝에게 BND 내부 문서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문서는 약 2,000건으로, 총리실에서 열리는 정보기관 수장들의 정례회의용 보고자료와 이란 핵 프로그램, 러시아군 관련 민감한 정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 협력 정보기관에서 제공한 자료도 들어 있었다는 보도다.

수사당국은 한닝이 이렇게 확보한 정보를 민간 보안 자문 업무에 활용했는지, 외국 정보기관을 위한 분석이나 정보 전달에 이용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어떤 자료가 어느 기관에 전달됐는지, 실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공개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중국 장성과의 장기간 교류 주목

중국 측 인사와의 관계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로이터통신은 10월 9일 슈피겔 보도를 인용해, 한닝이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으며 중국의 예비역 소장 왕젠정(Wang Jianzheng)과 오랫동안 교류했다고 전했다. 왕젠정은 과거 동독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독일 문제 전문가로 알려졌다.

독일 언론은 수사당국이 한닝과 왕젠정 사이에 민감한 정보가 오갔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젠정은 언론 질의에 한닝과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한닝의 변호인도 의뢰인이 독일의 이익을 해치는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중국 인사와의 접촉 사실만으로 중국을 위한 간첩 활동이 입증된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정보 전달 여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발단은 상속 분쟁 아닌 자녀 양육권 사건

이번 수사는 별도의 자녀 납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독일 외식기업 상속인 크리스티나 블록과 관련된 양육권 분쟁 및 자녀 납치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이 2025년 9월 한닝의 자택과 사무실을 수색했고, 압수한 전자 저장매체에서 민감한 BND 자료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를 넘겨받은 연방 수사당국은 2026년 5월 비밀 수사에 착수했다. 한닝은 해당 납치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부인하고 있다.

정보기관 신뢰까지 흔드는 보안 의혹

이번 사건의 파장은 개인의 형사책임을 넘어설 수 있다. 협력국이 제공한 정보까지 유출됐다면, 독일의 정보 보호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국가 간 정보 공유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언론 역시 이번 의혹이 BND와 우호국 정보기관 사이의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수사의 핵심은 기밀이 어떻게 기관 밖으로 반출됐고, 누구에게 전달됐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대가가 오갔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동시에 현직 직원과 퇴직 고위직 사이의 업무 관계, 겸직 승인, 기밀 접근권한 관리가 적절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가정보는 퇴직 후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의 자산이 아니다. 한닝의 혐의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이지만, 이번 사건은 정보기관의 보안 통제가 직급과 과거의 공적에 관계없이 작동해야 한다는 과제를 드러내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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