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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중국 여행사들이 북한 나선경제특구 방문을 ‘비즈니스 시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면서 사실상의 관광객 모집에 나서고 있다. 정식 관광비자 발급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사업 목적 초청장을 활용한 방문 상품이 공개적으로 홍보되면서, 시찰과 관광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1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단둥과 옌지 등 북한 접경지역 여행사들은 나선의 공장·상업시설 방문에 지역 관광을 결합한 상품을 온·오프라인에서 홍보하고 있다. 일부 여행사는 10월 출발 일정이 이미 마감됐다며 신규 신청자는 11월 초에야 출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옌지 소재 여행사가 추천한 상품은 4박 5일에 5천999위안, 약 120만원이다. 중국 훈춘에 집결해 취안허 통상구를 거쳐 나선에 들어간 뒤 북한 정부 관계자와의 좌담회, 맥주·제지 공장과 신발 도매상가 시찰, 자유 관광을 진행하는 일정이다.
그러나 여행사의 판촉 문구는 사업성 검토보다 관광과 소비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해당 여행사 관계자는 나선의 저렴한 해산물을 강조하며 “할 게 없으면 해산물만 먹고 와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홍보했다. “가고 싶지 않은 일정은 빠져도 좋다”는 안내까지 더해졌다.
공장 방문과 관계자 면담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런 설명은 상품의 실질적 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을 낳는다. 사업 시찰이라는 명목 아래 관광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라면 초청장은 경제 교류를 위한 서류를 넘어 우회 입국 수단으로 기능하게 된다.
참가 절차 역시 들여다볼 대목이다. 여행사는 여권과 건강진단서, 영업허가증 등이 필요하지만 일부 절차는 대행할 수 있으며, 참가비에는 북한 측 초청장 발급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도 내용만으로 서류 대행 과정의 위법성이나 허위 서류 사용 여부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확인이 필요한 핵심은 실제 사업 목적과 입국 명목이 일치하는지다.
여행사 관계자가 북한의 심사 기준이 엄격해지고 초청장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전한 점도 주목된다. 북한이 방문객을 선별하면서 입국 수요를 수입으로 연결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문이 북한 주민의 삶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느냐다. 지정된 공장과 상가를 둘러보고 당국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일정만으로는 노동 조건이나 주민 생활, 사업 수익의 배분 구조를 확인하기 어렵다. 일정표에 ‘자유 관광’이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민과의 자유로운 접촉이나 독립적인 현장 확인이 보장된다고 볼 수도 없다.
방문객이 지출하는 초청장 비용과 숙박비, 식비 등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귀속되는지도 불투명하다. 제공된 보도에는 해당 수입의 구체적인 사용처가 제시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수익 배분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저렴한 관광 소비만 강조하는 홍보는, 북한 당국의 외화 수입과 주민의 생활 개선을 손쉽게 동일시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투자 상담을 앞세운 별도 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나선의 농업·산업 단지를 둘러보고 북한 정부 관계자와 투자 프로젝트를 협의하는 3박 4일 프로그램은 약 3천위안, 60만원 수준이다. 이런 상품은 관광객 유치에 그치지 않고 향후 사업 관계를 구축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개별 사업의 제재 저촉 여부는 거래 상대와 투자 방식 등을 확인해 판단해야 한다.
이번 움직임을 북한 관광의 전면 재개로 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보도에서 여행사들은 일반 관광비자 발급 재개 시점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정식 관광 재개에 앞서 사업 초청장을 활용한 방문 상품의 공개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 주민과의 교류라는 명분이 당국의 수입 확대와 체제 홍보만 돕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중국 당국은 자국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상품의 실제 목적과 초청장 발급 절차를 점검하고, 관련 거래의 투명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해산물만 먹고 와도 된다”는 광고가 가리는 것은 저렴한 여행의 이면이다. 방문객의 즐거움과 북한 주민의 자유 사이에 어떤 간극이 있는지 묻지 않는 관광은, 닫힌 체제의 현실을 보여주기보다 그 현실을 소비 상품으로 포장할 수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