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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506] 메시지는 ‘경청’이 아니라 복음이다.

2026-10-29 08:03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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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바이겔 George Weigel is Distinguished Senior Fellow of the Ethics and Public Policy Center, where he holds the William E. Simon Chair in Catholic Studies. 윤리·공공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최근 혼인과 가정을 위한 교회의 21세기 사명을 논의하고자 로마에서 열린 모임이 끝나갈 무렵, 레오 14세 교황은 참석한 주교들에게 그 경험에 대한 성찰을 나누어 달라고 요청했다.

트론헤임의 에리크 바르덴 주교(O.C.S.O.)는 빼놓지 않고 읽어야 할 자신의 블로그 《Coram Fratribus》에 글을 올려 이에 응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여기에서 그 글을 읽어 보시기 바란다.

비교적 짧은 글임에도, 어쩌면 바로 그 짧음 덕분에, 나는 이 글이 2014~2015년에 시작되어 마침내 이달 초 바티칸 모임으로 이어진 시노드 과정에서 나온 혼인과 가정에 관한 글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고, 사목적으로 유익하며,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 노르웨이 출신 수도자이자 주교는 자신의 글에 특유한 명료함과 재치로, 원초적 성사에 대한 교회의 이해와 가정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개념을 성경적·신학적 깊이를 담아 설명한다. 그러면서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서 테비에와 골데가 부르는 이중창처럼 매력적인 대중문화의 단편들을 곁들여, 그 빼어난 교리 교육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혼인과 가정에 대한 가톨릭의 이해를 풀어내는 바르덴 주교의 설명은 복음적 내용으로 가득 차 있기에 더욱 설득력 있고,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거의 모든 곳에서 출산율의 급락을 비롯한 여러 결과를 낳은 오늘날의 혼인과 가정의 위기에 맞서, 세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성경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곧 남자와 여자, 그들의 고유성과 상호 보완성에 관한 진리, 혼인은 단순한 계약이 아니라 계약을 넘어서는 ‘언약’이라는 진리, 그리고 가정은 자유를 배우는 첫 학교이며, 우리 모두가 두 살 때 그러했던 작은 폭군들이 다른 이들과 연대하며 살아가는 가운데 개인으로서도 충만하게 성장할 수 있는 성인으로 변화되는 곳이라는 진리이다.

안타깝게도 2014~2015년에 시작되어 2023년과 2024년의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에서 한층 강화되었고 이달 초 로마에서도 뚜렷이 드러난 ‘시노드 과정’의 한 주요 개념은, 혼인과 가정을 위한 교회의 사명에 대한 다른 관념, 감히 말하자면 우려스러울 만큼 앙상한 관념을 반영한다. 이 개념은 최근 로마 모임을 마무리하는 기자 회견에서 발언하도록 선정된 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 세계 각국 주교회의 의장들의 이번 모임은 우리가 이제 “경청이 메시지가 되는 교회”임을 보여 주었다고 말했을 때 전면에 등장했다.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서로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도록 할 때, 우리는 여러 이야기가 하나로 모이는 것을 보며, 그 이야기들을 통해 하느님의 발자취를 뚜렷이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루카 복음서에서 엠마오로 가는 길을 걷던 두 제자의 경험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요 며칠 동안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일”(루카 24,18)에 관하여 자신들의 이야기와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이야기들 안에서 ‘하느님의 발자취’를 볼 수 없었고, 사람이 되시고 부활하신 하느님의 아들에게 가르침을 받고 빵을 떼실 때 그분을 알아보기까지 계속 잘못된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제야 “그들의 눈이 열려”(루카 24,31) 올바른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곧 구원받고 영광스럽게 된 인류의 종착지인 새 예루살렘(묵시 21,2)을 미리 보여 주는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교회의 ‘메시지’는 ‘경청’이 아니다. 교회의 메시지는 복음이다. 복음을 선포하고 주 예수님과의 우정으로 초대하는 데에는 분명 경청이 필요하다. 그 선포와 초대가 복음을 전해 듣고 초대받는 이들에게 적합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메시지가 ‘경청’이라면, 교회는 인간인 우리에 관한 성경의 이야기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치유책을 제시하는 오늘날의 문화적 혼란에 갇힌 채, 말만 맴도는 끝없는 수다 모임이 되고 만다.

‘경청이 메시지가 되는’ 가톨릭교회는 언제나 선교하는 교회일 수 없다. 선교는 개인의 행복과 타인과의 연대를 이루어 주는, 혼인과 가정 안에서의 행복과 연대까지도 이루어 주는 가톨릭 신앙의 확고한 진리들이 있다는 확신에 뿌리를 두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그 진리들을 듣도록 초대하고, 듣는 이가 그 진리들을 받아들이도록 돕는 데에는 물론 세심한 경청이 필요하다. 그러나 매체인 경청이 메시지가 되어 버리면, 메시지는 사라진다. 어쩌면 일부 사람들은 ‘시노달리타스’가 바로 그런 뜻이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은 안타깝게도 잘못 생각하고 있다.

복음이 아니라 경청이 메시지가 될 때, 듣는 이들은 여전히 우리 시대의 수많은 엠마오 길 위에서 길을 잃은 채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어느 길도 새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아니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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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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