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절반을 지난 사순 시기의 전체 목적은, 부활의 영광과 하느님께서 “태초에”(창세 1,1) 인간에게 처음 의도하신 운명을 드러내는 그 신비를 위하여 우리를 준비시키는 데 있다.
이 운명은 타락 이후,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수난과 죽음, 부활과 승천으로 이루신 파스카 신비를 통하여 가능하게 된 것이다. 교회가 사순 시기의 여정을 계속하는 가운데, 우리는 이 고귀한 참회 시기의 영적 리듬을 형성하는 세 가지 큰 주제를 성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는 ‘연례 예비신자 과정’이라 부를 수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요청한 전례 개혁의 주목할 만한 성과 가운데 하나는, 예비신자 과정(catechumenate)을 영적 삶의 독특한 시기로 회복시킨 것이다. 이는 단지 “예비신자들”—곧 부활 시기에 세례를 받거나 교회와 완전한 친교에 들어오는 이들—이 교리문답을 배우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진리를 탐구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지만, 이제 이 공부는 기도와 자선의 실천, 그리고 사순 시기의 여러 예식들을 통해 예비신자들이 교회의 전례 생활에 점진적으로 통합되는 과정과 함께 이루어진다.
이러한 ‘그리스도교 입문’ 과정은 부활 시기에 교회에 들어올 이들을 위한 것이지만, 이미 입문을 받은 신자들에게도 실제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미 세례를 받은 이들은 사순 시기를,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으로 편입되고, 그리스도에게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마태 28,19)라는 위대한 사명을 받은 순간인 세례의 의미를 성찰하는 특별한 시기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사순 시기에 행하는 양심 성찰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집중할 수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세례를 통해 부름받은 선교적 제자직을 얼마나 충실히 살아왔는가? 앞으로 더 풍성하게 그 사명을 살아가기 위해 내 영혼 안에서 정화되어야 할 불순물은 무엇인가?
사순 시기의 두 번째 큰 주제는, 2010년 강론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하느님의 모험, 곧 우리를 위하여 그분께서 이루신 위대한 일”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 ‘모험’이란 무엇인가? 베네딕토 교황은 이렇게 설명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안에 머무르지 않으시고, 당신 자신 밖으로 나오셨다”—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하신다. 이 신적 모험은 창조에서 시작되었으며, 오늘날에도 하느님의 지속적인 창조 활동이 만물을 존재하게 함으로써 계속되고 있다(콜로 1,17 참조). 이 모험은 하느님께서 역사 안으로 들어오심으로써 더욱 심화되었다.
먼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당신을 계시하시고 그들과 계약을 맺으셨으며, 이후에는 결정적으로 성자께서 사람이 되시어 역사 안에 들어오시고, 파스카 신비를 통하여 구원자이심을 드러내셨다. 그리고 지금은, 성령께서 교회를 통하여 세상을 거룩하게 하시며 이 모험을 계속하고 계신다.
그러므로 사순 시기는 구원 역사가 인간이 하느님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께서 역사 안으로 들어오셔서 인간이 하느님께서 나아가시는 그 길을 따라 미래로 나아가도록 이끄시는 이야기임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구원 역사는 ‘세계사’와 나란히 흐르는 또 하나의 별도 역사가 아니다. 구원 역사는 세계사를 그 가장 깊은 차원과 올바른 지평 속에서 읽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역사는 목적을 지니고 있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으며, 그 종착점은 허무가 아니다. 이러한 성경적 현실 인식이 우리의 일상과 선교적 제자로서의 삶에 얼마나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성찰하는 것 역시 사순 시기의 중요한 묵상 주제이다.
세 번째로, 사순 시기의 또 하나의 위대한 주제는 그리스도와의 우정을 더욱 깊게 하는 것이다.
올해 주일 전례 주기에서 이 주제는 주일 복음 독서들 안에서 특히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물가의 여인 이야기에서 우리는 제자직이 하느님께서 우리를 갈망하시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배운다.
날 때부터 눈먼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주님과의 만남으로 열린 눈으로 제자로서의 소명을 바라보아야 함을 상기한다. 그리고 라자로의 부활 사건은,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우리를 그 속박에서 일으켜 세우실 능력을 지닌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더욱 굳게 믿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내가 로마에서 엘리자베스 레브와 내 아들 스티븐과 함께 일하면서 이러한 주제들을 처음 성찰하기 시작했던 2011년 사순 시기로부터 벌써 15년이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 여정은 『로마 순례: 정거 교회들(Roman Pilgrimage: The Station Churches)』이라는 책으로 이어졌다.
만일 사순 시기의 풍요로움을 더 깊이 탐구하고, 동시에 로마 사순 시기의 건축적·미학적 장엄함을 경험하고자 한다면, 모든 175장의 사진이 아름다운 컬러로 담긴 킨들 판을 구해 읽어보기를 권한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