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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286] 영원의 도시가 주는 교훈

2026-03-23 08:15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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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R. 트루먼 Carl R. Trueman is a professor of biblical and religious studies at Grove City College and a fellow at the Ethics and Public Policy Center. 윤리 및 공공정책센터 연구원


『First Things』의 정기 독자라면 필자가 우리 시대의 문화 속에 깊이 자리 잡은 비인간화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는 좌우 진영이 소셜미디어라는 안전하고 비물질적인 공간에서 서로를 향해 아무렇지 않게 퍼붓는 언어적 폭력에서부터, 트랜스젠더 이데올로기, 인공지능, 그리고 의사조력자살과 같은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단순한 논쟁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 우리는 단순한 사상의 집합이 아니다. 우리는 육신을 지닌 존재이며,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으로 창조된 인격적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참으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참으로 인간적인 방식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

이 점에서 나는 로마를 떠올린다. 매년 봄 방학이 되면 아내와 나는 ‘영원의 도시’로 향해 애틀랜타에서 온 좋은 친구들과 일주일을 함께 보낸다. 이제 우리는 주요 관광 명소를 모두 둘러보고 구시가지의 지리도 익숙해졌다.

그래서 대개 대중교통을 피하고, 구글 지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아침에는 오래된 골목을 거닐고, 늦은 오후에는 음료를 즐기며, 저녁에는 좋은 식사를 하면서 사람들의 삶을 바라본다. 이제는 사진도 거의 찍지 않는다. 렌즈를 통해 매개된 삶과 픽셀 속에 고정된 기억보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현재의 생생한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 연례 로마 여행은 진정으로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 다시 붙잡는 시간이다. 도시 자체가 인간성으로 고동친다. 로마는 많은 역사적 도시들을 뒤덮고 있는 획일적인 고층 건물의 스카이라인을 피해왔다. 이곳에는 아름다운 건물과 공공 조각상, 그리고 거리들이 가득하다.

특히 성당에 있어서는, 어느 성당에든 무작위로 들어갔을 때 카라바조의 그림이나 베르니니의 조각을 성소 안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는 곳이 또 어디 있겠는가? 성 베드로 대성전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로마의 어느 성당이든 미국에 옮겨 놓는다면 그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성전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실제로 이 도시 전체는 개신교가 물질적 아름다움을 소홀히 했다는 가톨릭 개혁의 비판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이는 우리 개신교인들이 종종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지점이기도 하다.

로마에는 고유한 소리도 있다. 맨해튼이나 필라델피아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자동차 경적과 경찰 사이렌이 아니라, 성당의 종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옷차림에도 자부심을 가진다. 만약 운동복 바지와 후드티, 크록스를 신고 있는 사람을 본다면, 그는 아마도 미국인 관광객일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식당과 카페에서 사람들이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즐기고 있었다. 식탁은 그날 저녁 내내 당신의 것이며, 식사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소, 곧 인간답게 존재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식탁이 서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존재론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함께 식사하는 행위는 서로를 인격으로 인정하고, 또 그러한 인정을 받는 자리여야 한다. 소셜미디어의 타락한 상호작용과 달리, 얼굴을 마주한 대화는 상대를 단순히 그의 의견의 총합으로 축소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와 관련하여, ‘영원의 도시’를 방문할 때 누리는 또 하나의 기쁨은 몇 해 전 성 베드로 광장에서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한 젊은 바티칸 사제와의 우정이다. 그와 함께하는 저녁 식사는 서로 다른 두 세계—네 명의 장로교 신자와 한 명의 가톨릭 사제—가 만나는 즐겁고도 건설적인 자리이다.

우리는 가톨릭 교회의 행정 구조를 배우고, 그는 장로교 전통을 배운다. 올해에는 케빈 드영의 『데일리 교리』를 신뢰할 만한 개신교 신학 자료이자 본당에서 젊은이들을 교육하는 데 유익한 모델로 추천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서로의 현존을 함께 기뻐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무엇보다도, 로마에서의 한 주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 중 하나인 감사로 마무리된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좋은 친구들을 주셨고, 아름다움과 훌륭한 음식, 즐거운 대화 속에서 그 우정을 더욱 깊게 할 기회를 주셨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이다. 이 한 주는 내가 지금의 나인 이유가 나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타인들 덕분임을 깨닫게 한다.

물론 모든 좋은 것은 끝이 있다. 토요일 아침, 공항 출발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 우리는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딸을 둔 한 부부를 보았다. 아이는 사랑스러웠고, 세 시간 내내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부모는 내내 휴대전화만 바라보며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낳은 아이의 웃음과 기쁨보다 인스타그램 영상의 세계를 더 선호하는 듯 보였다.

나는 생각했다. “그래,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가고 있구나.” 그 한 주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오늘날 우리의 삶을 특징짓는 일상적인 비인간화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꼈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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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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