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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만 “국호 표기 갈등 확산”

2026-03-23 15:46 | 입력 : 안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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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외교부장, ‘남한’ 카드 꺼내며 한국 정부 비판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

대만 정부가 한국의 입국서류 표기 문제를 둘러싸고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양측 간 외교적 긴장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만이 한국을 ‘남한(KOREA(SOUTH))’으로 표기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단순한 행정 용어 논쟁을 넘어 외교적 자존심과 상호 존중의 문제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대만 외교부는 한국의 전자 입국신고서에 ‘중국(대만)’으로 표기된 점에 강하게 반발하며, 이달 31일까지 한국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을 경우 자국 입국 시스템에서 ‘한국’을 ‘남한’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외국인 거류증 상의 표기는 ‘남한’으로 수정된 상태로, 이번 조치는 사실상 추가 압박 카드로 해석된다.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은 현지 인터뷰에서 “한국은 과거 대만에 ‘한성’을 ‘서울’로,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고, 대만은 이를 수용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대만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단순한 표기 문제를 넘어, 상호 호칭에 대한 외교적 예우와 신뢰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이번 갈등의 핵심에는 ‘대만’의 국제적 지위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려해 공식 문서에서 ‘중국(대만)’이라는 표현을 유지해 왔지만, 대만은 이를 자국의 실질적 독립성과 정체성을 훼손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대로 대만이 ‘남한’이라는 표현을 꺼내든 것은, 한국 역시 분단국가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외교적 압박을 가하려는 상징적 조치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린 부장은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당시 한국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한국이 대만 대표단과 직접 소통하지 않고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를 통해 간접 전달했다”며 “상대가 지나치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의전 문제를 넘어, 대만이 느끼는 ‘외교적 홀대’ 인식을 드러낸 대목이다.

현재 한국 외교부는 대만 측과 협의를 제안하며 사태 관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측의 입장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안이 명칭 문제를 넘어 정치적 상징성과 국제 질서 문제까지 맞물려 있는 만큼, 단기간 내 해결보다는 장기적인 외교적 조율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이 단순한 ‘표기 분쟁’이 아니라,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과 대만이 처한 외교적 딜레마를 드러내는 사례라고 분석한다.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며, 대만은 국제사회에서의 ‘이름’과 ‘지위’를 둘러싼 싸움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양측이 서로의 정치적 민감성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달려 있다. 외교에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주권과 정체성의 문제라는 점에서, 작은 단어 하나가 양국 관계의 온도를 좌우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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